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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고재운 옮김│204쪽│12,800원│122*190mm│2024년 11월 22일│ISBN 979-11-6689-312-4 (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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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든 삶은 따라오게 마련이다”

시골의 불편함, 양면성, 치안…

이 모든 것을 고려해 터전을 잡아라

 

고독과 은둔의 작가 마루야마 겐지는 시골에서 일생의 절반 이상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시골예찬론’을 펼치기 마련 아닐까 싶지만, 그는 언제나 그랬듯 삶의 민낯을 고발한다.

귀농, 귀촌을 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타의로든 자의로든 직장을 그만두게 되어서, 삭막한 도시 생활에 염증이 나서, 인간적인 환경에서 살고 싶어서, 건강을 되찾고 싶어서 등 이유는 여러 가지다. 시골에 가면 그런 바람이 이루어질까. 시골로 이주했다가 도시로 되돌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가 겪은 시골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그래서 겐지는, 시골에서 산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 있는 이들에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되겠지만 냉혹한 현실을 하나하나 집요하게 들이대며 그들이 왜 시골로 내려가려 하는지 철저히 돌아보고 스스로 점검하게 한다.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

환상과 유행에서 벗어나라

 

먼저 겐지는 시골로 내려가도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현실 도피’라면 일찌감치 그만두라는 일침이다. “도시에서 현실은 분명 혹독”했고 “시골 또한 도시 이상”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아주 상식적인 인생의 본질을 시골 생활을 떠올리자마자 쓱 잊고 말았느냐”라고 묻는다. 어딜 가든 현실은 따라오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살기로 마음먹었다면 무엇보다 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확고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기 위해 시골로 가려는지 처음부터 확실한 목표를 세우라 한다. 확실한 목표가 있느냐 없느냐가 시골 생활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공기가 맑으니까, 자연이 아름다우니까, 농사를 짓고 싶어서, 인정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등등의 이유로 내려갈 거라면 그만두는 편이 좋다 한다. 환상이나 망상 위에 세워진 사이비 목적들이기 때문이다.

시골이라고 공기와 물이 맑고, 고요하지만은 않다. 시골 행정 관계자를 비롯해 주민들은 대부분 환경문제에 둔감하다. 유해한 공장이라도 유치 대가로 그 지역에 약간의 돈이라도 들어오면 그걸로 족해 항의하는 이가 거의 없다. 이로 인해 하천이나 지하수가 오염돼 지역 주민들 건강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일도 비일비재하다.

또 시골이 고요할 때는 농한기뿐이고 그 외 계절은 온갖 농기계가 내는 엔진 소리로 시끄럽다.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떠들썩한 굉음으로 가득한 곳이 시골이다. 물론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도시의 소음 재앙과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시골 소음이 훨씬 더 귀에 거슬리고 잠을 방해한다. 고요한 가운데 발생하는 소음이 더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깡촌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체력 단련’과 ‘죽을 각오’는 필수

 

시골에선 도시에 비해 범죄가 적으리란 생각 역시 환상이다. 시골의 범죄 발생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범죄 형태도 흉악해진다. ‘설마 이런 곳에서’ 싶은 산촌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시골에서 살려면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기개가 도시에서보다 더 필요하다.” 범죄자들에게 도시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은 허술하게 방범하는 데다 적당히 돈을 가진 좋은 먹잇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겐지는 구체적인 호신법도 제시한다. 강도의 등장에 컹컹 짖어 댈 큰 개를 기르고, 강도에게 맞설 무기를 손수 만들어 놓으며, 강도들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집 지을 때 특별히 침실을 견고한 구조로 만들어 ‘요새화’하라는 것.

 

그래도 예기치 못한 침입에 대비해 살인 따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무리와 대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무기는 준비해 둡시다. 도움이 될 만한 무기는 창입니다. 진짜 창은 허가를 받아야 하고 비싸기도 하니 직접 만듭시다. 자루 길이는 1미터가 조금 넘게 하고, 자루와 날이 하나로 된 튼튼한 등산용 칼이나 부엌칼을 창으로 이용합니다. 하지만 날 길이에는 신경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너무 길면 부러지거나 휘는 경우가 있고, 너무 짧으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이 무기는 상대를 물리치려는 엄포의 도구가 아닙니다. 그런 인식은 버리기 바랍니다. 어중간한 저항만큼 위험한 일은 없습니다. (…) 문을 부수고 적이 침입하는 순간, 두 눈을 부릅뜨고 큰 소리로 분을 토하면서 적의 복부를, 명치 언저리를 노려 기세등등하게 내찌르십시오. 찌른다기보다는 창과 함께 기를 쓰고 덤비는 식의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97쪽에서

 

너무 진지해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이 정도의 준엄함과 각오로 살고 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시골은 분명 불편한 곳이다. 그래서 시골에서는 “내 일은 내 힘으로 한다는 강한 마음가짐과 체력이 필요하다.” 이주하고 나서 도시의 편리함과 비교하며 불평을 한들 소용이 없다. 어떤 것이든 스스로 해내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으면 굳이 불편한 곳에서 살 이유가 없다. 그러나 불편함은 너무 편리한 도시 생활로 흐늘흐늘해진 몸과 마음을 단련시켜 주고, 가혹한 현실과 대치할 힘을 길러 주며, 그 과정에서 본래 모습도 찾게 해 준다.

자기다운 시골 생활을 찾아냈을 때라야 유행이나 환상이 아닌 현실에 발을 디딘 참다운 시골살이가 시작된다. 자기다운 시골 생활은 오로지 자신이 찾는 수밖에 없다. 인생의 모든 문제가 그렇듯이 말이다.

 

 

지은이 마루야마 겐지 丸山健二

1943년 나가노현 이야마시에서 태어났다. 1964년부터 도쿄의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다가 1966년 〈여름의 흐름〉으로 《문학계》 신인상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1968년에 나가노현 아즈미노로 이주했으며, 이후 문단과 선을 긋고 집필 활동에만 매진하고 있다. 소설 《원숭이의 시집》 《잠들라, 나쁜 아이여》를 냈고, 산문집으로는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등이 있다. 사진문집으로는 《초정화전草情花傳》과 동일본대지진 피해지 르포 《목걸이를 풀 때》가 있다. 트위터와 블로그에 쓴 글을 재구성한 《분노하라, 일본》이 있다.

 

옮긴이 고재운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한국에 돌아와 고만고만한 직장 몇 곳을 다녔지만 도시 생활에 마음을 붙이지는 못했다. 마흔 이전에 귀촌할 생각으로 목공을 배웠고, 결국 서른아홉 되던 해 포항에 정착했다. 지금은 포항시 북구 기계면이라는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목공학교를 운영하면서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마루야마 겐지의 《개와 웃다》 《사는 것은 싸우는 것이다》와 《일상을 철학하다》 《논리학 콘서트》 《작고 강한 농업》 등이 있다.

 

 

책 속으로

 

남은 인생이 짧으니 살고 싶은 대로 실컷 살지 않으면 손해다,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즐기고 싶은 만큼 즐기자, 이런 자포자기의 악취가 풀풀 나는 말에 선동되어 포장이 아주 잘된 도시의 도로에서 진창과 요철과 붕괴가 일상다반사인 시골길로 나서 보려는 것입니다. _<제2장│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 24~25쪽

 

당신은 누군가를 돕기 전에 당신 자신을 돕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것이 급선무입니다. 그 길은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로 기대지 않는, 단 하나의 방법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지금껏 오히려 도움을 줘야 할 배우자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홀로서기와 상반된 길만 걸어온 것입니다. _<제6장│고독은 시골에도 따라온다> 66쪽

 

농번기에는 이미 마을 전체가 큰 공장으로 바뀐 것처럼 소음으로 뒤덮입니다. 온갖 엔진 소리가 난무하고, 게다가 톤이 일정한 소리 파동 이외에 해로운 새와 짐승들을 쫓아내려고 설치한 폭음기가 내는 소리까지 끊겼다 이어졌다 하면서 더해집니다. 평온함을 바라고 온 당신에게는 짜증 나는 날들이 막을 엽니다. _<제7장│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72쪽

 

시골은 인구가 적어 시골 사람들은 늘 변화와 자극에 굶주려 있습니다. 그들은 지역 주민 모두의 성장 과정부터 최근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시시콜콜 다 꿰뚫고 있습니다. 그러고도 무료하기 짝이 없는 일상인데, 마침 당신들이 나타나 순식간에 좋은 표적, 먹잇감이 됩니다. _<제9장│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 115~116쪽

 

오히려 늙었을 때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써서 건강을 확실히 유지하는 사람의 즐거움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희열입니다. 자신만 알 수 있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생명의 충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_<제12장│시골에 간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니다> 175쪽

 

 

목차

 

서문 6

 

1장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

어딜 가든 삶은 따라온다 16

 

2장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

스스로를 속이지 마라 22

 

3장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자연의 성깔을 알아야 한다 29 / 아름답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 31

 

4장 텃밭 가꾸기도 벅차다

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38 / 구급차 기다리다 숨 끊어진다 41

 

5장 지쳐 있을 때 결단하지 마라

당신은 맛이 다한 차가 아니다 47 / 당신의 가난은 고립무원이다 50 / 사이비 종교인들에게 당신은 봉이다 52 / 술을 마시는 건 인생을 도려내는 일 54

 

6장 고독은 시골에도 따라온다

외로움 피하려다 골병든다 62 / 자원봉사가 아니라 먼저 자신을 도와야 한다 65

 

7장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고요해서 더 시끄럽다 71 / 자연보다 떡고물이 더 중요하다 73 / 윗사람이라면 껌뻑 죽는다 76 / 다른 소리를 냈다간 왕따당한다 78 / 공기보다 중요한 지역 사람들의 기질 79 / 골치 아픈 이웃도 있다 82

 

8장 깡촌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시골로 이주하는 범죄자들 90 / 가능한 한 큰 개를 길러라 93 / 침실을 요새화해라 94 / 수제 창을 준비해라 96 / 군침을 흘리며 당신을 노리고 있다 101

 

9장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

관심받고 싶었던 건 당신이다 112 /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 115 / 그들에게 마을은 나의 집 118 / 돌잔치에 빠지면 찍힌다 120 / 모임에 도시락을 대 주면 당선 122

 

10장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어라

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전념할 것이 있어야 한다 130 / 이주자들과만 어울리면 사달 난다 132 / 시골을 농락하는 수상한 사람들 135

 

11장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

자신이란 자연을 먼저 지켜야 한다 144 / 젊음을 흉내 내야 할 만큼 당신 젊음은 참담하지 않았다 148 / 엄마도 아내도 지쳤다 153 /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 156

 

12장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니다

의사만 믿다 더 일찍 죽는 수가 있다 165 / 병을 불러들이는 태도를 뜯어고쳐라 170 / 잘 먹고 잘 생활하면 잘 죽을 수 있다 173

 

13장 불편함이 제정신 들게 한다

멋진 별장도 살다 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180 / 불편함이 치유다 184 / 천국이나 극락으로는 이주할 수 없다 186 / 죽음의 시기는 자신다워질 마지막 기회 191

 

현실과 대치하며 사는 법 - 미우라 시온(소설가)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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