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지음│김난주 옮김│204쪽│12,800원│122*190mm│2024년 11월 22일 I SBN 979-11-6689-311-7 (03800)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자신의 껍데기를 부술 힘은 자신에게만 있다!”

X 같은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인생들에게 전하는

마루야먀 겐지의 강철 멘탈북

 

마루야마 겐지는 최연소(23세)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이후 “소설로 인정을 받았으므로 오직 소설에 집중하는 것이 마땅하다”라며 시골에 내려가 세속과 거리를 두고 글쓰기에만 전념하고 있다. 어느 면으로 보나 그는 자신의 글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다.《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에는 그런 그의 인생론이 담겼다.

죽음은 선택할 수 있어도 태어남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 인간은 태어난 순간 부자유 상태로 떨어진다. 그러므로 인생은 부자유에서 자유로 가는 길이다. 부모를 비롯해 “악랄하고 뻔뻔한 사회와 국가, 종교, 학교”는 나를 구속한다. 영혼이 질식당해 죽지 않으려면 이것들을 하나하나 과감하게 끊어 내야 한다. 완전한 자유는 고독으로부터 온다는 삶에 대한 진실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메시지는 시대를 관통하여 허를 찌르고, 집착과 속박,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은 우리의 욕망을 건드린다. 마루야마 겐지는 깊은 통찰력을 자신의 모든 소설과 산문, 짧은 글에서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아마 그는 모두가 자립심을 가진 채로 사유하고 살아갈 때까지 조언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인생엔 깡다구와 고독이라는

독주가 더 필요하다

‘은둔 작가’로 알려진 마루야마 겐지는 ‘작가들의 작가’로 불린다. 혼이 깃든 작품을 쓸 뿐 아니라 그런 작품을 쓰기 위해 명예와 돈 등 삶의 순수한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잔가지들을 쳐낸 강단 있는 실천가이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문단과도 선을 그었다. 역설적이게도 문단 밖에 있으면서도 일본 문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작가로 평가된다.

겐지는 그만의 자리에서 자신과 세계를 마주하고 있다. 그는 인간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지옥에서 살아갈 운명에 처해 있다”고 단언한다. 삶 자체가 고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책 곳곳에서 거듭 “편안하게 살 수 없는 세상”임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이런 운명에 주저앉는 비관주의자나 염세주의자가 될 것인가. 그는 삶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산송장이 아닌 ‘산 자’로 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이 차디찬 이성 밑바닥엔 인간에 대한 연민도 짙게 깔려 있다.

겐지는 비록 타의에 의해 태어났지만, 태어난 이상 이성으로 정신의 불을 밝히고 삶을 헤쳐 나가라고 조언한다. 오히려 비관적인 현실을 추동력 삼아 살아 있음을 만끽하라 전한다. “자유와 자립의 정신이야말로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증거”이고, “불안과 주저와 고뇌야말로 살아 있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부모, 학교, 국가, 신으로부터

완전하게 독립하라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죽을 몸인데, 왜 그렇게까지 겁을 내고 위축되고 주저해야 하는가. _200쪽

 

홀로 서는 것은 인생길에 첫걸음을 내딛는 일. 그러나 대다수 사람은 첫걸음도 떼지 못한 채 제 인생을 남의 인생인 양 살다 죽는다. 작심하고 홀로 서려는 순간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것들이 있다. 부모와 가정, 직장, 국가, 종교, 술과 도박, 섹스, 죽음 등이다. 부모는 자식을 영원한 유아 상태로 묶어 놓아 성장을 가로막으며, 국가는 국가를 독점한 소수자들의 영원한 안녕을 위해 국민을 순종적인 무뇌아로 개조해 버린다. 학교를 졸업하면 망설임 한번 없이 들어가는 회사란 조직은 또 어떠한가. 한마디로 자유를 스스로 반납한 노예들을 사육하는 장소일 뿐이다.

인생의 최종 목적지는 ‘완전한 자유’의 상태. 겐지가 이 책에서 거듭 부모에게서 독립하고, 국가를 믿지 말라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모와 국가만큼 집요하고 교활하게 자유를 차단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 안에서만 빛나도록 생겨 먹었다.”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유 안에서만 충만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타고났다. 모든 것을 주어도 부자유 상태에선 결코 행복할 수 없다. 그래서 잠시의 안식을 위해 자유를 저버린 자는 참된 인간이랄 수 없는 것이다.

노작가는 경고한다. 안정은 망상이거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 그만 정신을 차리고, 이성이란 불을 밝혀야 한다고.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앞을 향해 한 걸음 내딛으라고 한다. 어둠이 입을 쩍 벌리고 있을지, 빛의 길이 열려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진정한 삶의 가치는 내딛는 그 걸음에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 마루야마 겐지 丸山健二

1943년 나가노현 이야마시에서 태어났다. 1964년부터 도쿄의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다가 1966년 〈여름의 흐름〉으로 《문학계》 신인상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1968년에 나가노현 아즈미노로 이주했으며, 이후 문단과 선을 긋고 집필 활동에만 매진하고 있다. 소설 《원숭이의 시집》 《잠들라, 나쁜 아이여》를 냈고, 산문집으로는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등이 있다. 사진문집으로는 《초정화전草情花傳》과 동일본대지진 피해지 르포 《목걸이를 풀 때》가 있다. 트위터와 블로그에 쓴 글을 재구성한 《분노하라, 일본》이 있다.

 

옮긴이 김난주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을 수료했다. 1987년 쇼와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표적인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마루야마 겐지의 《천 일의 유리》 《천 년 동안에》 《소설가의 각오》를 비롯해 《하느님의 보트》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사우스포인트의 연인》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이렇다 할 이유가 없는데 마음에 어둠이 깃들거나 몸이 갈가리 찢겨 나가는 듯한 극에 직면했거나 목숨이 위험에 처했을 때, 방에 틀어박혀 자기 속으로 침잠할 수밖에 없는 비참함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생의 원점’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도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세상 물정을 알게 되면 곧바로. _<제1장│부모를 버려라, 그래야 어른이다> 12쪽

 

애당초 국가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국가를 위해 전심전력을 다할 고매한 정신과 능력의 소유자는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어쩌면 존재할지 모른다는 환상조차 단 한순간도 품지마라. _<제3장│국가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61쪽

 

어리석은 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현명한 자가 될 것인가. 이는 지능지수나 학력차로 결정되지 않는다. 신문 사회면을 떠들썩하게 하는 강도나 살인 같은 명명백백한 악이 아니라 눈을 부릅뜨고 잘 봐야 알아볼 수 있는, 언뜻 선처럼 보이지만 정의의 옷을 걸쳤을 뿐인 악을 간파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결정되는 것이다.

간파하는 것을 넘어 평소에도 그 속셈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덫을 설치하려는 자들을 멸시하고 혐오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통쾌하게 한 방을 날릴 각오와 실천력을 갖고 있지 않으면 진짜 현명한 사람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_<제4장│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 77쪽

 

한마디로 하루 8시간 노동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직장에 구속되어 있는 시간이 고작 하루의 삼분의 일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 8시간을 위해 8시간의 수면이 필요하고 나머지 8시간에 출퇴근과 야근, 접대, 사교 등의 시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자신만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는 셈이다. 식사와 목욕, 때로는 독서까지도 직장을 위한 시간이 되고 만다. 쉬는 날 역시 육체와 정신의 피로를 푸는 데 다 쓰는 꼴이다 보니 이 또한 직장을 위한 시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_ <5장│아직도 모르겠나, 직장인은 노예다> 101쪽

 

정신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탓에 신자들은 호화로운 신전과 천박하고 과장된 의상, 장엄한 멜로디의 노래와 기도, 신비성을 유독 강조하는 분위기 등의 눈속임에 여지없이 속아 교단의 공기를 한 번 들이쉬고서는 무한한 혼돈의 절반이 당장 정리된 듯한 착각에 젖는다. 자신이 마음속으로 갈구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믿으며, 마치 고귀한 진리의 수탁자라도 된 양 고양된다. _<제6장│신 따위, 개나 줘라> 118쪽

 

 

목차

 

1장 부모를 버려라, 그래야 어른이다

부모란 작자들은 한심하다 13 / 태어나 보니 지옥 아닌가 15 / 별 생각 없이 당신을 낳았다 17 / 낳아 놓고는 사랑도 안 준다 18 / 노후를 위해 당신을 낳은 거다 20 / 그러니 당장 집을 나가라 23 / 집 안 나가는 자식들은 잘못 키운 벌이다 27

 

2장 가족, 이제 해산하자

가족은 일시적인 결속일 뿐이다 33 / 부모를 버려라 35 / 자신을 직시하고, 뜯어고쳐라 39 / 밤 산책하듯 가출해라 41 / 내 배는 내 힘으로 채우자 44 / 직장인은 노예다 46

 

3장 국가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국가는 당신을 모른다 54 / 바보 같은 국민은 단죄해야 한다 57 / 영웅 따위는 없다 61 / 국가는 적이다 64 / 분노하지 않는 자는 죽은 것이다 66

 

4장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

국가는 적당한 바보를 원한다 73 / 텔레비전은 국가의 끄나풀이다 76 / 머리가 좋다는 것은 홀로 살아가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78 / ‘어른애’에서 벗어나라 79 / 인간이라면 이성적이어야 한다 81 / 부모의 과도한 사랑이 자식의 뇌를 녹슬게 한다 85

 

5장 아직도 모르겠나, 직장인은 노예다

엄마를 조심해라 94 / 남들 따라 직장인이 되지 마라 96 / 자영업자가 돼라 99 / 직장은 사육장이다 101 / 자유를 방기한 사람은 산송장이다 106

 

6장 신 따위, 개나 줘라

종교단체는 불한당들의 소굴이다 115 / 사람다워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종교다 119 / 신 따위는 없다 124 / 당신 안의 힘을 믿어라 127

 

7장 언제까지 멍청하게 앉아만 있을 건가

국가가 국민의 것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133 / 알아서 기니 그 따위로 살다 죽는 것이다 138 / 멍청하게 있지 말고 맞서라 142 / 국가를 쥐고 흔드는 놈들 역시 ‘그냥 인간’이다 146

 

8장 애절한 사랑 따위, 같잖다

연애는 성욕을 포장한 것일 뿐이다 152 / 계산한 사랑은 파탄 나게 돼 있다 155 / 타산적인 여자들의 끝 159 / 패자들은 ‘사랑’이 아니라 연애 놀이를 한다 161 / 서른 이후에는 사랑이 어렵다 165

 

9장 청춘, 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 172 / 다 도전해 보라고 젊음이 있는 것이다 174 / 국가는 골 빈 국민을 좋아한다 177 / 인간이라면 생각하고 생각해 재능을 찾아야 한다 180 / 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185

 

10장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통과의례 191 / 삶은 쟁취하고, 죽음은 가능한 한 물리쳐라 193 / 훌륭한 생이란 없다 197 /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201


 도서자료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