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문명의 네 가지 법칙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가 역사의 방향을 결정한다
마이클 무투크리슈나 지음/ 박한선 옮김
경제경영 > 경제학/경제일반
인문학 > 교양 인문학
560쪽 | 24,800원 | 판형 152*225mm | 2024년 11월 29일 발행 | ISBN 979-11-6689-313-1 03320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 법칙
인간과 문명의 번영을 예측하는 보편 이론의 탄생
런던정경대의 경제심리학자 마이클 무투크리슈나가 인간과 역사의 방향을 궁극적으로 설명하는 통일 이론을 구축했다. 그는 대담하게도 자신의 이론을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이라고 명명한다.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은 에너지, 협력, 혁신, 진화라는 ‘네 가지 삶의 법칙’을 토대로 문화와 유전자의 작용을 통합한 거대한 이론 틀이다. 이 틀만으로 우리는 인간의 기원과 찬란한 문명의 역사를 이해하고 오늘날 위기에 빠진 우리 문명을 구원할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모두가 알듯이 인간의 미래는 어둡다. 에너지 부족, 기후 위기, 불평등의 심화, 이민자의 유입으로 갈등과 폭력적 전쟁이 증가하고 있다. 너무 먼 얘기라고? 당신이 사용하는 가스와 전기 요금은 계속 오르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민주주의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해결책은 삶의 법칙에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다음 세대의 에너지, 즉 핵융합을 상용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간은 다시 협력하고, 혁신을 일으키고, 자연 선택으로 걸러진 최선의 믿음을 통해 창의력을 폭발시켜야 한다.
어떻게 협력, 혁신, 진화를 추동할 수 있는가? 저자는 이민 정책 개선, 세금 제도 개혁, 프로그래밍 정치 도입, 스타트업 도시 구축, 인터넷 공론장 개선, 공교육 정책에서 인공 지능 활용까지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을 현실에 적용해 전방위적이고 급진적인 정책을 제안한다. 멸망이냐 번영이냐.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세기에 우리는 서 있다. 번영을 원한다면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을 사용하라.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인간 문명의 네 가지 법칙》은 광범위한 학문적 지식과 대중문화, 시사 이슈에 대한 깊은 이해를 탁월하게 결합해 대다수 사회과학자가 쉽게 다루지 않는 영역에 대담하게 발을 들여놓는다. IQ, 인종, 성별 차이, 상속세, 종교, 마이크로소프트, 심지어 일부일처제를 둘러싼 아이디어를 명쾌하게 논의하면서 독자는 오래된 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보는 매혹적인 지적 비행을 경험할 수 있다. 여러분, 안전벨트를 착용하시길!”
-조지프 헨릭, 《호모 사피엔스》저자
“이 책의 핵심에는 정말 멋진 아이디어가 있다. 사람들이 물건과 생각을 교환함으로써 그들의 평범한 두뇌로는 상상도 못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말이다. 이 아이디어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마이클 무투크리슈나는 이 놀랍고도 희망적인 가능성을 매우 풍부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탐구한다.”
- 매트 리들리, 《이성적 낙관주의자》저자
“《인간 문명의 네 가지 법칙》은 최신 사회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모든 인간 공동체를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공동체로 만들 수 있는지에 관한 중요한 질문에 답한다. 방대하면서도 실용적인 이 책은 최고경영자, 커뮤니티 조직가, 학교장, 대통령 등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 제이미 헤이우드, 졸라 CEO이자 전 우버 북유럽 및 동유럽 총괄
“홀린 듯이 읽은 이 책은 자연과학과 에너지라는 확고한 토대를 바탕으로 신고전주의 경제학을 넘어서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이는 곧 전 세계가 그리고 현재 유럽이 더 심각한 에너지 부족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오늘날과 같은 풍요를 창출하는 데 있어 에너지의 중요성과 미래 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이 될 수 있는 에너지 감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 관계를 깨닫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통치 불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다.”
- 찰스 홀, 뉴욕주립대학교 ESF재단 석좌교수. ‘투자 대비 에너지 수익률(EROI)’ 개념 창안자
“당신은 당신 자신이 속한 종에 대해 알고 있는가?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할지 모르지만 마이클 무투크리슈나는 다시 생각해 보기를 촉구한다. 그는 명쾌함과 유머, 활력 넘치는 에너지로 유전자와 문화가 우리를 어떻게 형성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삶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 준다. 《인간 문명의 네 가지 법칙》은 말 그대로 모두를 위한 책이다.”
- 월터 시넛 암스트롱, 《씽크 어게인: 논쟁의 기술》의 저자
인간과 문명을 궁극적으로 설명하는 거대한 이론 틀의 구축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
인간과 문명의 번영을 예측하는 보편 이론, 즉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저자의 경험해서 출발해 보자. 저자는 어떻게 통일 이론을 구축할 수 있었는가. 왜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가.
스리랑카에서 태어난 마이클 무투크리슈나는 내전으로 폭력이 일상이 된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쿠데타로 국회의사당을 감싼 군대와 총격, 약탈을 목격하며 숨죽였다. 반면 보츠와나에서 살았을 때는 자연의 장엄함과 화려함에 순수하게 기뻐하는 삶을 살았다. 런던에서 살 때는 평범한 영국 시민이 저지른 지하철 테러, 버스 폭탄 테러에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아프리카, 영국, 호주, 미국을 떠돌며 살았던 무투크리슈나는 가슴 속 깊이 이런 의문을 품었다.
“왜 보츠와나가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 부패가 적고 여러 지표에서 더 성공적일까? 왜 파푸아뉴기니는 호주보다 훨씬 가난하고 불안정할까? 호주, 캐나다, 미국, 유럽 국가의 다문화 및 이민 정책의 차이는 무엇일까?”(17쪽) 무투크리슈나는 이런 차이를 이해하고 싶어 미적분학, 이산수학, 기계 학습뿐만 아니라 경제학, 정치학, 생물학, 철학, 심리학 등 다양한 과목을 수강했다. 인간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해야만 시스템 차원의 궁극적 설명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진화생물학과 문화적 진화를 연구하는 연구자 그룹과도 협업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에서 진화생물학과 통계 및 데이터과학, 경제학, 심리학을 융합하여 공부한 뒤 하버드대학교 인간진화생물학과에서 연구와 실험에 몰두했다. 지금은 런던정경대학교에서 경제심리학 최연소 종신교수이자 발달경제학 및 데이터과학 연구원으로 재직한다.
무투크리슈나는 이런 탈분과적인 융합 연구를 통해 ‘인간사회과학’이라 부를 수 있는, 인간 행동과 사회 변화에 대한 주기율표,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을 구축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누구를 믿고 누구에게 배울지를 어떻게 결정하는지, 조직과 사회가 규범과 기술에서 어떻게 새로운 혁신을 발견하는지, 다른 사람을 돕거나 해치고 누가 ‘우리’이고 누가 ‘그들’인지 결정하는, 우리 행동을 형성하는 규칙을 발견했다. 무투크리슈나는 이 이론을 사용해 인간의 기원과 성공을 회고적으로 설명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이 가진 결정적 잠재력은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하고 가장 창의적인 우리 자신의 미래를 더 밝게 만드는 데 있다.
우리의 기원 그리고 번영과 연결되는 삶의 법칙을 살펴보자.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라는 네 가지 근본 법칙
인간에 대한 가장 강력한 거대 서사
《총, 균, 쇠》나《사피엔스》같은 거대 서사 책은 토티, 즉 ‘모든 것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것The One Thing That Explains Everything, TOTTEE’이라는 장르에 속한다. 토티는 상상력 한 가지로, 지리 한 가지로, 문화 한 가지로, 제도 한 가지로 인간의 모든 역사를 설명한다. 무투크리슈나는 이런 토티 책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진실에 가깝지는 않다고 본다. 토티는 시스템 차원의 궁극적인 설명을 하지 못한다. 현실 세계에서, 특히 이론에서 실제 응용으로 넘어갈 때는 여러 가지 힘과 그 힘 사이의 관계를 반드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은 모든 생명, 특히 인간을 형성한 수많은 힘을 통합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하고자 한다.
그 이론적 틀에는 먼저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라는 네 가지 ‘삶의 법칙’이 있다. 이 법칙이 인간의 탄생과 이 지구상에서의 성공을 만든 핵심이다.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는 서로 연결되는 고리로서 계속해서 맞물려 인간 본성과 문화의 형성을 이끌었다. 삶의 법칙이 주조해 낸 인간 본성과 문화, 그리고 이 본성과 문화의 공진화가 다시 삶의 법칙에 영향을 미치는 것, 이것이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이다.
첫 번째 삶의 법칙은 에너지이다. “모든 생명체의 총량과 복잡성을 결정하는 궁극적 한계는 에너지의 가용성이다.” 에너지는 생명에게 움직임을 부여했다. 생명체는 가능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제어해서 여러 자원을 쓰며 더 많은 것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 에너지가 많을수록 더 많은 자원에 접근하기 위한 움직임도 증가한다.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에너지를 얻는 방식의 변화에 있다. 한 생명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다른 생명을 먹기 시작하면서 진핵생물이 탄생한 것이다. 바로 인간의 시초다. 인간의 발흥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바로 에너지의 발견이다. 이미 죽은 생명체, 고밀도의 태양 에너지 저장소, 다시 말해 석탄과 석유를 발견하면서 인간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두 번째 삶의 법칙은 혁신이다. 생명체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포획하고 제어하는 방법을 새롭게 혁신한다. 이 혁신은 광합성부터 고기나 우유를 소화하는 능력 같은 생물학적 변화, 농업이나 내연기관 같은 기술, 기업이나 국가 같은 사회적 조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생물학적, 기술적, 사회적 혁신은 생명체가 더 많은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양을 늘린다.
세 번째 삶의 법칙은 협력이다.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충분하고 몇몇 조력자가 도와주면 더 많은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그 에너지를 포집하기 위해 도약하고 협력할 수 있다. 세포는 서로 결합해 복잡한 생물체로 뭉친다. 지역은 국가로 통합되며, 기업은 계약, 합병, 인수를 통해 커진다. 새로운 자원을 발견하거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더 많은 에너지를 창출하는 혁신은 ‘가능성의 공간the space of the possible’을 확장한다. 에너지를 더 많이 발견할수록 이 공간은 더 커진다. 또 이런 공간이 클수록 협력이 이루어지는 규모도 커진다. 더 큰 공간은 더 큰 동물과 더 큰 국가를 가능하게 한다. 이 큰 단위의 협력이 우리가 성공한 중요한 요소였다.
네 번째 삶의 법칙은 진화다. 에너지 활용, 혁신 방식, 협력 기제는 대체로 지능적으로 설계된 해결책이 아니라 결국 성공이 실패를 능가하는 수백만 번의 시도의 산물이다. 이러한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라는 네 가지 법칙은 서로 연결된 네 가지 방식으로서 우리의 지리, 제도, 문화,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 설명한다. 삶의 법칙은 우리의 역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계속해서 작동하고 있다. “삶의 법칙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삶의 법칙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인간 독특성, 지능, 협력, 창의력의 비밀
마이클 무투크리슈나는 당면한 문명의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기 전에 먼저 인간의 독특성, 인간 삶의 가장 특별한 측면을 삶의 법칙과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으로 해부한다. 먼저 인간을 이해해야 우리가 어느 수준에서 어떻게 개입하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석 연료로 열린 가능성의 공간에서 우리의 혁신, 협력, 진화는 우리 인간을 어떻게 이토록 독특하게 만들 수 있었는가? 또 우리는 혁신, 협력, 진화, 에너지 법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삶의 법칙은 우리 유전자에 영향을 미쳤지만 마찬가지로 문화라는 독특한 진화적 추동력을 만들었다. 유전자와 문화는 공진화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부모에게서 유전적 유산을 물려받는다. 역사적으로 우리의 생존, 번성, 번식에 도움이 되는 것에는 쾌감을 느끼고, 우리를 해치거나 죽이거나 혈통을 끊을 수 있는 것에는 고통을 느낀다. 그런데 진화는 인간에게 아주 유용한 정보원을 주었다. 바로 그것이 문화적 학습이다. 문화적 학습, 그리고 문화 자체의 진화인 문화적 진화는 인간 번영의 핵심이다. 뇌라는 하드웨어를 채운 것은 문화와 사회적 학습이라는 소프트웨어이다. 우리의 문화적 패키지는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삶에 필수적이지만 대부분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의 문화적 패키지, 이토록 놀랍고도 정보 밀도가 높은 유산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내재적으로 더 정교한 존재로 혹은 덜 정교한 존재로 판단하게 된다. 이는 인간 본성을 문화적으로 전수된 기술에 기반해 사고하지 못하게 하고 우리 주변 사람과 오래전에 사라진 사람들이 정신적 소프트웨어를 만든 다양한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문화적 패키지와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아는 일은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업이다.
이런 전제를 두고 무투크리슈나는 인간사회과학에서 아주 논쟁적인 주제를 과학자의 양심을 걸고 과감하게 다룬다. 그것은 인간의 지능이다. 문명을 위기에서 구하는 것이 결국 인간의 지성이기 때문에 지능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지능에는 사람마다 집단마다 차이가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과연 지능이란 무엇인가? 지능은 유전자의 산물인가? 인종 간 지능 차이, 성별 지능 차이가 실존하는 데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무투크리슈나는 단호하게 우리는 혁신과 협력을 통해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것은 개인의 지능 덕분도, 남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는 유전적 천재들 덕분도 아니라고 말한다. 혁신은 사람이 모여 서로 배우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집단적 두뇌의 결과다. 우리 삶에서 가장 단순한 사물조차도 수천 년에 걸쳐 축적된 지식의 산물이며 여러 세대에 걸쳐 여러 문화에서 차용되고 재결합된 것이다. 여기서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의 핵심은 삶의 법칙이 ‘문화-집단 선택’을 추동한다는 점에 있다. 이것은 문화가 유전자처럼 선택을 받는다는 논리다.
문화-집단 선택을 통해 무투크리슈나는 인간의 대뇌화, 두발걷기, 언어의 기원, 협력을 유지하는 기제, 종교의 진화, 사회 및 국가, 제도의 진화와 진보 등 우리가 아는 오늘날 인간의 지성과 문명을 설명하며 인간 독특성의 전모를 밝혀낸다. 결국 우리가 더 똑똑해지려면 삶의 법칙을 통해 문화적 진화의 진화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에너지 천장을 뛰어넘고 인류의 진보와 정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주지해야 할 사실은 삶의 법칙에서 토대가 되는 것은 에너지 법칙이라는 것이다. 그건 당연한 말 아니냐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는 너무나 당연해서 실상 우리는 에너지에 대해 사고하는 것을 잊었다. 마치 물고기가 물을 인식하지 않듯이 말이다. 더 이상은 그럴 수 없다. 화석 연료의 한계가 너무나 명확해져서 에너지 요금이 계속 오르고 있고 이런 흐름은 우리의 혁신을 저해하고, 자발적 협력을 해치고, 진화 가능성을 축소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진보하지 못하고 있다. 화석 연료가 창출한 가능성의 공간이 축소되고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무투크리슈나는 EROI라는 개념을 가져온다. EROI는 ‘투자 대비 에너지 수익률’이라는 뜻으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지에 대한 비율을 나타내며, 잉여 에너지가 얼마나 많이 남았는지 알려 주는 지표이다. 1919년에는 석유 1배럴로 최소 1000배럴을 더 발견했다. 1950년에는 석유 1배럴로 100배럴을 발견했다. 2010년에는 석유 1배럴로 5배럴을 발견한다. 이런 에너지 가용성의 급격한 축소는 혁신 역량을 꺼뜨리고, 협력보다 배신을 이끈다.
산업혁명 이후 발명된 우리의 경제 체제는 거의 전적으로 효율성 혁신, 즉 적은 에너지로 더 많은 일을 하는 방법(혁신 법칙)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잉여 에너지의 총가용량(에너지 법칙)은 무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에너지 천장이 무너지고 있다. 성장의 시대는 끝났고 에너지 확장이 필요하지 않은 기술 혁신으로도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생산성의 대침체를 겪고 있다. 계속 오르는 전기 요금을 생각해 보라.
우리는 EROI가 계속 감소함에 따라 과거의 멜서스적 디스토피아에 갇혀 영원한 제로섬 갈등 속에 산다. 현재와 같이 다양한 이방인으로 구성된 대규모 사회에서 협력을 이끌어 내는
충분히 크고 접근 가능한 에너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미래에서 우리는 가족끼리 친구끼리만 돕는 소규모 협력 집단으로 양극화되며 이념적 선을 넘나들며 명료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입장에 고착될 것이다. 이런 미래에서 우리는 점점 더 격화되는 갈등 속에서 서로 싸우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해답이 있다. 당연히 궁극적 해결책은 다음 단계의 에너지를 상용화하는 방법이다. 바로 핵융합 에너지다. 핵융합의 EROI를 높이려면 많은 혁신이 필요하지만 핵융합 연료의 미래에는 사실상 한계가 없다. 핵융합에 성공한다면 바다를 담수화하여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새로운 강과 바다를 만들고, 소행성을 채굴해 희귀 자원을 획득하고,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핵융합은 언제쯤 가능할까. 아직 모른다. 그러나 그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바로 혁신 법칙, 협력 법칙, 진화 법칙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우리의 창의력, 우리의 집단적 두뇌가 활발히 활동하도록 해 마침내 인류의 집단적 지성으로 핵융합에 성공하는 것이다.
마이클 무투크리슈나가 제안하는 전방위적 정책은 매우 급진적이다. 다양성이 만드는 창의력은 증진하면서도 서로를 적대하게 되는 역설을 해결하는 최적의 다문화주의, 문화적 동화를 위한 정책 설계하기, 정치 시스템에 역동성과 활력을 불어넣는 투표 제도 개혁하기, 도시에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부여하는 스타트업 도시 만들기,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프로그래밍 정치 도입하기, 공정한 자본주의를 가로막고 불로소득 계급을 만드는 비생산적인 경제 주체에 과세하기, 창의력을 폭발시키기 위해 무제한의 표현의 자유 증진하기, 능력주의와 능력에 대한 보상을 개혁하기, 인터넷을 진정한 사회적 학습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개입하기, 소수 집단 우대 조치 같은 근시안적 정책을 넘어 공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등 실로 어마어마하고 정치적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논쟁을 촉발하는 과감한 정책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세금 문제를 보자. “불로소득에 따른 세대 간 부의 이전을 통제하는 일은 한 사회의 건강과 지속적인 혁신 능력을 위해 중요하다. 각 세대를 위한 공정한 게임을 만들려면 경쟁의 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산 자를 위해 죽은 자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394쪽) 이런 문장만 보면 좌파가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무투크리슈나는 상속세는 노후에 자녀에게 더 많은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욕구로서의 생산 동기를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책정해야 한다고 다시 스스로 반론한다. 또한 상속세를 통해 부가 더 이상 그 부를 창출한 사람의 직접 통제하에 있지 않다고 해도, 현재의 에너지와 생산에 대한 불공평한 통제권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선출되지 않은 무책임한 사람들의 손에 넘겨줄 위험을 지적한다. 우리 정부가 이 새로운 자금을 더 많은 드론, 미사일, 측근을 위한 정실 계약이 아니라 인간의 잠재력과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사용할지도 어떻게 알겠는가? 그래서 무투크리슈나는 ‘혁명’을 일으키지 않으면 도입될 수 없는, 땅에 대한 과세, 지대세를 주장한다. “지대세는 비생산적인 돈에 부과되는 세금의 일종이다. 이는 특별히 사회주의적인 입장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공고히 할 것이라며 지대세에 반대했다. 지대세는 편취된 부를 재분배할 수 있지만 돈의 생산적인 사용을 저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재분배는 목표가 아니라 부산물일 뿐이다. 우리의 목표는 세대마다 에너지와 자원의 생산적 사용을 장려하는, 경제적으로 효율적이고 공정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408쪽)
우리가 이런 제도가 있는 사회를 상상하지 못한다는 것은 실로 불행한 일이다. 왜냐면 우리는 노예제를 종식하고 여성과 모든 종류의 소수자를 존중하는 사회로 끌어올린 것처럼 오늘날의 사회를 다시 하나로 묶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정책을 그저 공상이나 급진으로 보지 않고, 집단적 두뇌를 모아 세심히 따져봄으로써 다듬고 보완하여 실제로 도입해 “여러 세대에 걸친 구조적 불평등의 유리 천장을 깨고, 더 공정한 세상을 만들고, 더 나은 거버넌스 구조를 발전시키고, 창조적 폭발을 일으키고, 미래 세대를 위한 등불이 되는 최고의 자아가 될 수 있다.”(495쪽) 그러니까 무투크리슈나는 공상적 사회주의자가 아니라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이라는 인간 과학을 토대로 상상 가능한 미래를 제시하는 행동과학자이다. 어떤 미래가 오느냐는 우리의 단호한 결단에 있다. 이 책은 모든 인간이 읽어야 한다. “삶의 법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가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면 우리도 계속될 것이다.
저·역자 약력
마이클 무투크리슈나 Michael Muthukrishna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경제심리학 교수이자 LSE 최연소 종신 교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대학교 인간진화생물학과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쳤다.
마이클 무투크리슈나는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크게 세 가지 질문을 중점적으로 탐구해 왔다. 첫째, 인간은 왜 다른 동물과 다른가? 둘째, 문화와 사회 변화의 근간이 되는 심리적, 진화적 과정은 무엇이며 국가 간, 국가 내에서 정보는 어떻게 전달, 유지, 수정되는가? 셋째,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 종이 직면한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가?
그는 이 세 가지 질문을 다룰 때 수학적 모델링(진화 모델, 게임 이론) 및 심리학·경제학의 데이터과학 방법론을 결합한 방식을 활용하며 이를 통해 인간 행동을 설명하는 보편 법칙을 끌어내고 이 법칙으로 우리 문명의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그는 자신이 도출해 낸 네 가지 ‘삶의 법칙’과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이 우리 문명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에너지가 창출하는 가능성의 공간이 축소된 오늘날의 위기에 맞설 가장 중요한 이론이라고 주장한다. 인간 행동에 대한 이 보편 이론은 혁신 장려, 부패 방지, 대규모 협력의 유지, 문화 간 차이의 탐색, 거버넌스 정책 혁신, 인공 지능과의 협력 및 인간 역량 강화 같은 시급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이다.
무투크리슈나는 《네이처 인간 행동》을 비롯한 유수의 과학 저널에 논문을 출판했으며 2023년 인간행동및진화학회HBES에서 신진학자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박한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진화인류학 교실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휴먼시스템의학과 진화의학 겸무교수이자 신경정신과 전문의로서 호모 사피엔스의 다양한 행동 양상을 진화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분자생물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호주국립대학교ANU 인문사회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전임의, 서울대학교 의생명연구원 연구원, 성안드레아병원 과장 및 사회정신연구소 소장,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진화의학센터 겸임교수 등을 지냈다.
《진화인류학 강의》 《인간의 자리》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등을 썼고, 《진화와 인간 행동》 《여성의 진화》 《행복의 역습》 《센티언스》 등을 옮겼다.
책 속으로
이 책은 석탄이나 석유, 재생 에너지나 핵 에너지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인류의 미래, 우리 각자의 행동이 어떻게 집단적 지혜에 기여하는지,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다음 단계의 풍요로움을 달성해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고, 언젠가 은하계를 아우르는 문명을 이룰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또한 우리의 목표 달성을 가로막는 장애물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 관한 탐구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의 바다 앞에 서 있다. 현재 우리의 화석 연료 문명을 위협하는 도전들에, 즉 다가오는 파도에 어떻게 대응할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들어가며 / 21쪽
우리 문명이 에너지를 통제하는 것은 에너지 법칙과 혁신 법칙의 산물이며 현재 우리 모두가 사는 가능성의 공간을 창출했다. 효율적인 에너지 기반 기술은 지구를 축소하고 우리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연장했다. 하지만 24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것이다.
혼자서 모든 일을 하지 않아도 더 나은 회사를 만들고, 더 좋은 책과 논문을 쓰고, 더 나은 제품을 설계할 수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때 서로 다른 전문 지식의 시너지 효과로 우리 모두의 유효 시간이 더욱 늘어난다. 더 빨리,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협력자와 직원에게 넘겨주면 자신의 비교 우위에 집중할 수 있다. 사실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도 협력이 필요한데 혼자서 석탄을 채굴하고, 가공하고, 전기로 변환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내가 이 모든 걸 자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우리가 개인적으로 직면하는 결정, 트레이드오프trade-off, 경쟁이 더 큰 시스템의 일부임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도전이나 사회가 직면하는 도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구상의 생명체만큼 오래된 문제이다. 이 도전들은 동일한 기본 법칙을 따른다.
에너지, 혁신, 협력은 유전적, 문화적 진화의 힘으로 발전한 기술과 일하는 방식에 따라 형성된다.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 이 네 가지 요소는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주며 우리 사회와 생명 그 자체가 진화하는 방식을 축소해 보여 준다.
-1장 삶의 법칙 / 48쪽
우리의 문화적 패키지는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헤엄치는 물의 일부이며 삶에 필수적이지만 대부분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의 문화적 패키지, 이토록 놀랍고도 정보 밀도가 높은 유산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내재적으로 더 정교한 존재로 혹은 덜 정교한 존재로 판단하게 된다. 이는 인간 본성을 문화적으로 전수된 기술에 기반해 사고하지 못하게 하고 우리 주변 사람과 오래전에 사라진 사람들이 정신적 소프트웨어를 만든 다양한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문화적 패키지와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아는 일은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업이다.
-2장 인간이라는 동물 / 134쪽
우리 각자는 인지적 능력을 비롯해 다양한 능력을 보유한다. 하지만 우리가 지능 또는 천재성을 구성하는 능력으로 간주하는 능력 집합은 사회마다 시대마다 다르다. 이누이트족을 비롯해 이동이 잦은 소규모 사회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곳곳의 지리적 위치를 기억하는 뛰어난 공간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초기 그리스도교 사회, 이슬람 제국에서는 성서를 외울 수 있는 사람이 가장 똑똑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학자와 예술가였다. 20세기에는 한 가지 기술을 가진 장인과 수학 천재였다. 우리 시대에 인터넷을 통한 지식의 즉각적 접근성은 많은 양의 정보를 단순히 암기하는 능력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잡음 속에서 올바른 신호를 분류하고, 올바른 정보를 찾고, 대량의 데이터를 해석하고, 산만한 세상에서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의 가치를 더 높여 주고 있다. 많은 사람이 암산 능력과 기억력 상실을 한탄하지만 각 세대의 집중력은 다른 영역의 결핍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반플린 효과anti-Flynn effect 때문에 현대인의 반응 시간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학교에 막 다니기 시작한 어린이의 경우, 길 찾기를 포함한 공간 능력이 나빠졌다. 요점은 과거 또는 다른 사회에서 고안된 IQ 테스트가 다른 능력, 즉 암묵적으로 다른 가치를 측정한다는 것이다. 인공 지능의 부상은 의심할 여지없이 위어드 사회에서 지능의 정의를 새롭게 바꿀 것이다.
-3장 인간의 지능 / 147~148쪽
요약하자면, 사람들은 가용 에너지와 자원에 접근하기 위해 점점 더 큰 집단으로 협력한다. 이런 집단 내에는 더 많은 평화와 협력, 친절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집단 사이에는 종종 잔인함, 착취, 파괴적 폭력도 존재한다. 더 큰 집단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생각, 차별에 대한 낙인찍기, 능력주의의 공정화 같은 가치와 규범을 발견하고, 이 가치와 규범은 평판과 제도를 통해 확산된다. 가치와 규범은 자명하지는 않지만 충분한 자원이 있다면 더 큰 규모의 협력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협력, 혁신, 지능은 서로 다른 상호 연결된 규범을 가진 가능한 세계 중에서 선택하는 진화적 힘의 결과이다. 성공적인 신념은 이성, 인과적 이해, 지식이 아니라 그것이 세계와 인간에 미치는 효과에 의해 지속된다.
-6장 협력이라는 수수께끼 / 273쪽
EROI가 떨어지고 고밀도 에너지원이 부족해짐에 따라 우리는 자원을 파고 시추하고 채굴하고 남은 자원을 놓고 다투면서 지구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 기후 변화로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고 생활필수품의 공급이 중단되는 일을 겪으면서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새로운 도전 과제가 생겨났다. 21세기의 첫 10년 동안 시리아에서는 가뭄으로 비옥했던 땅이 사막으로 변했다. 흉작으로 농작물 수확량이 줄자 사람들은 농장에서 도시로 이주했다. 부족한 자원과 갑작스러운 이주민 유입은 불만을 일으켰다. 불만은 시위로 이어졌다. 시위는 내전으로 번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는 시리아 국경을 넘어 유럽으로 번졌다. 예상치 못한 손님을 위해 식료품을 충분히 사지 못한 집주인처럼 유럽은 난민을 수용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모든 사람이 새로운 이민자의 유입을 반기는 것은 아니어서 유럽 전역에서 우파 포퓰리스트의 명성과 세력이 커졌다. 난민 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5년, 영국인의 45%는 유럽 대륙의 난민 위기가 브렉시트 국민 투표에서 탈퇴에 투표할 가능성을 높혔다고 답했다. 외국인 혐오증은 탈퇴 투표를 강력하게 예측하는 변수였다. 난민 위기가 브렉시트의 원인은 아니었지만 투표 결과를 뒤집는 데는 충분했을 수 있다. 2016년, 영국은 스스로 경제적, 정치적 외딴섬이라고 선언하며 투표로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다. 그러나 시리아에서 일어난 일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2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286쪽
오늘날에는 문화적으로 멀리 떨어진 사회에서 온 사람들과 더 많이 함께 살게 됐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볼 때, 문화적으로 먼 그들의 출신 국가들은 세계적 문제를 두고 전례 없이 서로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세계는 더 작아졌지만 다양성은 여전하다. 문화적으로 먼, 이 새로운 형태의 이주와 협력은 우리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으나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다양성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복잡한 생명체의 성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다양성은 생명체의 진화에 필요한 새로운 형질을 제공한다. 성의 재조합 능력은 진화 가능성evolvability(진화가 반드시 무작위적이고 맹목적적인 방향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적합도가 떨어져도 진화의 잠재력이 높은 개체가 궁극적으로 선택받는다는 개념-역주)과 유전적 진화의 속도를 증가시켰다. 오늘날 다양한 사회는 다양한 문화적 형질을 재조합해 문화적 진화를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하와이안 피자 외에도 외국인이 창업한 비즈니스는 수익성이 높고 확장 가능성이 더 높은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문화적 형질이 만나고 재결합하는 데에는 많은 장벽이 있다.
-7장 인류를 재결합하기/ 308~309쪽
프로그래밍 가능한 정치의 세계에서는 정책과 통화가 경쟁하고 가격이 형성되며 사람들이 어떤 통화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환율이 결정된다. 오류를 범하는 세무관이나 거대한 관료 조직을 임명할 필요 없이 세금이 자동으로 추출된다. 투표와 신원은 이 생태계 내에 저장돼 협력하는 커뮤니티 간에 공유될 수 있다. 우리는 가장 효과적인 규칙과 제도에 도달하고 합의할 때 큰 국가처럼 자유롭게 합쳐질 수도 있고 스타트업 도시처럼 다양한 접근 방식을 실험하는 작은 공동체로 갈라질 수도 있는, 여러 개의 중첩되고 내재적인 커뮤니티에 속하게 될 것이다.
프로그래밍 가능한 정치의 전체 역사가 펼쳐지면 인공 지능은 네트워크를 평가하고 학습해 어떤 변화를 만들고 다음에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하는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다
-8장 21세기의 거버넌스/371쪽
불평등은 사회를 개선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이를 실현한 기회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혁신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에너지와 경제 측면에서 보면 돈의 명목 가치(숫자 가치)는 상승하는 반면 실질 가치(돈으로 할 수 있는 일)는 감소하고 있다. 이는 진정한 부의 창출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더 이상 예전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포지티브섬의 세계에서 제로섬의 세계로 이동 중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다시 악순환이라는 피드백 고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는 각 세대에서 최고를 선발하고 있지 않다. 최고의 사람이 지휘봉을 잡도록 보장하고 있지도 않다. 또한 새로운 부를 창출할 능력이 부족하지만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는 사회에서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방법을 찾는 데 돈을 쓰며 상속세가 인상됐을 때 영국 귀족에게 일어난 일과는 정반대의 현상, 부의 창출에서 부의 편취로 이어지고 있다.
불로소득에 따른 세대 간 부의 이전을 통제하는 일은 한 사회의 건강과 지속적인 혁신 능력을 위해 중요하다. 각 세대를 위한 공정한 게임을 만들려면 경쟁의 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산 자를 위해 죽은 자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9장 불평등의 유리 천장 깨기/394쪽
유명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과 인공 지능 도구를 설계한 사람들은 우리 마음과 사회를 형성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소수의 사람이 A/B 테스트와 알고리듬 최적화를 통해 수백만 명에게 배포한 작은 변화가 우리의 협력과 혁신 능력에 도움이 될 수 있고 해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결정에는 우리가 누구에게서 무엇을 배울지 평가하는 방식이 반영되지 않으며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도 고려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화적 진화에 대한 이해와 공학적 설계를 결합함으로써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엄청난 힘을 이용해 집단적 두뇌의 빛을 밝히고 창의적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11장 인터넷을 개선하기/452쪽
집단 간 차이를 상류에서 해결하는 것, 즉 어린 시절의 환경과 기회를 개선하는 정책은 우리가 주로 초점을 맞추는 하류에서의 해결, 즉 대학 진학이나 일자리 정책을 개선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영국과 미국을 포함한 많은 지역 사회가 공해, 질병, 영양 부족, 흡연 노출, 납 같은 독소로 인한 지속적인 뇌 하드웨어 공격으로 고통받고 있다. 예를 들어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영국 주민이 낡은 주택의 오래된 상수도관에서 누출된 납 때문에 납 중독을 겪는다. 나도 우리 집의 수돗물을 검사하니 안전하지 않은 수치가 나왔다. 심지어 우리 집은 납 중독으로 알려진 지역에 있지도 않다. 글래스고처럼 납 중독률이 훨씬 높다고 알려진 지역은 학교 성적이 낮고 비행 청소년 증가율이 높다.
-12장 더 밝아지는 미래/473쪽
차례
들어가며 11
1부 우리는 누구이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1장 삶의 법칙 37
시스템 수준의 궁극적 설명│일상 속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 법칙│모든 것의 간략한 역사│삶의 법칙은 모든 것을 지배한다│앞으로 올 것에 관한 힌트│태양의 힘
2장 인간이라는 동물 93
문명과 ‘야만인’│원시인?│합리적인 동물?│혹성탈출, 종의 전쟁│무지는 뻔하다│지식의 샘│문화적 진화의 진화│문화적 추론│누구에게 배우는가?│학습 전략│내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하는 말│당신이 아는 것을 정말 아는가?
3장 인간의 지능 135
얼마나 똑똑한지 측정하기│IQ에 관한 10가지 사실│지능의 문화│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문화│IQ 다시 보기
4장 집단적 두뇌의 혁신 191
무에서 사과파이 만들기│수 세는 법 배우기│COMPASS, 혁신의 7가지 비밀│우버의 5S 전략 수립
5장 문화의 창조력 218
대뇌화 설명하기│말 배우기│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한 마을│정보 할머니 가설
6장 협력이라는 수수께끼 243
협력은 왜 수수께끼인가?│협력의 기제│협력에서 부패로│보이지 않는 문화적 기둥에 기반한 제도│문화-집단 선택│종교의 진화│장기 평화?│삶의 법칙으로 돌아가기
2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7장 인류를 재결합하기 291
노르웨이 대 영국│다양성의 역설 해결하기│최적의 문화적 동화│호주에서 얻은 교훈│아프리카의 다양성과 부족한 자원│새로운 부족과 제2차 계몽주의
8장 21세기의 거버넌스 344
스타트업 도시│프로그래밍 가능한 정치
9장 불평등의 유리 천장 깨기 373
부의 창출│부의 편취│최고가 지배하는 세상?│더 공정한 게임│비생산적인 자금에 과세하기│1971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10장 창의력을 폭발시키기 414
대침체│융합의 도화선
11장 인터넷을 개선하기 440
사회적 학습에 관한 지식으로 소셜 미디어 개선하기
12장 더 밝아지는 미래 453
플린 효과 가속화하기│모든 아이가 다 괜찮은 것은 아니다│인간의 잠재력 극대화│인공 지능과 기계 학습, 제4의 정보
결론 489 ┃ 감사의 말 497 ┃ 역자의 말 501 ┃ 더 읽어 보기 505 ┃ 찾아보기 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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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문명의 네 가지 법칙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가 역사의 방향을 결정한다
마이클 무투크리슈나 지음/ 박한선 옮김
경제경영 > 경제학/경제일반
인문학 > 교양 인문학
560쪽 | 24,800원 | 판형 152*225mm | 2024년 11월 29일 발행 | ISBN 979-11-6689-313-1 03320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 법칙
인간과 문명의 번영을 예측하는 보편 이론의 탄생
런던정경대의 경제심리학자 마이클 무투크리슈나가 인간과 역사의 방향을 궁극적으로 설명하는 통일 이론을 구축했다. 그는 대담하게도 자신의 이론을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이라고 명명한다.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은 에너지, 협력, 혁신, 진화라는 ‘네 가지 삶의 법칙’을 토대로 문화와 유전자의 작용을 통합한 거대한 이론 틀이다. 이 틀만으로 우리는 인간의 기원과 찬란한 문명의 역사를 이해하고 오늘날 위기에 빠진 우리 문명을 구원할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모두가 알듯이 인간의 미래는 어둡다. 에너지 부족, 기후 위기, 불평등의 심화, 이민자의 유입으로 갈등과 폭력적 전쟁이 증가하고 있다. 너무 먼 얘기라고? 당신이 사용하는 가스와 전기 요금은 계속 오르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민주주의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해결책은 삶의 법칙에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다음 세대의 에너지, 즉 핵융합을 상용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간은 다시 협력하고, 혁신을 일으키고, 자연 선택으로 걸러진 최선의 믿음을 통해 창의력을 폭발시켜야 한다.
어떻게 협력, 혁신, 진화를 추동할 수 있는가? 저자는 이민 정책 개선, 세금 제도 개혁, 프로그래밍 정치 도입, 스타트업 도시 구축, 인터넷 공론장 개선, 공교육 정책에서 인공 지능 활용까지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을 현실에 적용해 전방위적이고 급진적인 정책을 제안한다. 멸망이냐 번영이냐.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세기에 우리는 서 있다. 번영을 원한다면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을 사용하라.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인간 문명의 네 가지 법칙》은 광범위한 학문적 지식과 대중문화, 시사 이슈에 대한 깊은 이해를 탁월하게 결합해 대다수 사회과학자가 쉽게 다루지 않는 영역에 대담하게 발을 들여놓는다. IQ, 인종, 성별 차이, 상속세, 종교, 마이크로소프트, 심지어 일부일처제를 둘러싼 아이디어를 명쾌하게 논의하면서 독자는 오래된 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보는 매혹적인 지적 비행을 경험할 수 있다. 여러분, 안전벨트를 착용하시길!”
-조지프 헨릭, 《호모 사피엔스》저자
“이 책의 핵심에는 정말 멋진 아이디어가 있다. 사람들이 물건과 생각을 교환함으로써 그들의 평범한 두뇌로는 상상도 못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말이다. 이 아이디어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마이클 무투크리슈나는 이 놀랍고도 희망적인 가능성을 매우 풍부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탐구한다.”
- 매트 리들리, 《이성적 낙관주의자》저자
“《인간 문명의 네 가지 법칙》은 최신 사회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모든 인간 공동체를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공동체로 만들 수 있는지에 관한 중요한 질문에 답한다. 방대하면서도 실용적인 이 책은 최고경영자, 커뮤니티 조직가, 학교장, 대통령 등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 제이미 헤이우드, 졸라 CEO이자 전 우버 북유럽 및 동유럽 총괄
“홀린 듯이 읽은 이 책은 자연과학과 에너지라는 확고한 토대를 바탕으로 신고전주의 경제학을 넘어서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이는 곧 전 세계가 그리고 현재 유럽이 더 심각한 에너지 부족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오늘날과 같은 풍요를 창출하는 데 있어 에너지의 중요성과 미래 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이 될 수 있는 에너지 감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 관계를 깨닫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통치 불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다.”
- 찰스 홀, 뉴욕주립대학교 ESF재단 석좌교수. ‘투자 대비 에너지 수익률(EROI)’ 개념 창안자
“당신은 당신 자신이 속한 종에 대해 알고 있는가?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할지 모르지만 마이클 무투크리슈나는 다시 생각해 보기를 촉구한다. 그는 명쾌함과 유머, 활력 넘치는 에너지로 유전자와 문화가 우리를 어떻게 형성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삶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 준다. 《인간 문명의 네 가지 법칙》은 말 그대로 모두를 위한 책이다.”
- 월터 시넛 암스트롱, 《씽크 어게인: 논쟁의 기술》의 저자
인간과 문명을 궁극적으로 설명하는 거대한 이론 틀의 구축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
인간과 문명의 번영을 예측하는 보편 이론, 즉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저자의 경험해서 출발해 보자. 저자는 어떻게 통일 이론을 구축할 수 있었는가. 왜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가.
스리랑카에서 태어난 마이클 무투크리슈나는 내전으로 폭력이 일상이 된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쿠데타로 국회의사당을 감싼 군대와 총격, 약탈을 목격하며 숨죽였다. 반면 보츠와나에서 살았을 때는 자연의 장엄함과 화려함에 순수하게 기뻐하는 삶을 살았다. 런던에서 살 때는 평범한 영국 시민이 저지른 지하철 테러, 버스 폭탄 테러에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아프리카, 영국, 호주, 미국을 떠돌며 살았던 무투크리슈나는 가슴 속 깊이 이런 의문을 품었다.
“왜 보츠와나가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 부패가 적고 여러 지표에서 더 성공적일까? 왜 파푸아뉴기니는 호주보다 훨씬 가난하고 불안정할까? 호주, 캐나다, 미국, 유럽 국가의 다문화 및 이민 정책의 차이는 무엇일까?”(17쪽) 무투크리슈나는 이런 차이를 이해하고 싶어 미적분학, 이산수학, 기계 학습뿐만 아니라 경제학, 정치학, 생물학, 철학, 심리학 등 다양한 과목을 수강했다. 인간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해야만 시스템 차원의 궁극적 설명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진화생물학과 문화적 진화를 연구하는 연구자 그룹과도 협업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에서 진화생물학과 통계 및 데이터과학, 경제학, 심리학을 융합하여 공부한 뒤 하버드대학교 인간진화생물학과에서 연구와 실험에 몰두했다. 지금은 런던정경대학교에서 경제심리학 최연소 종신교수이자 발달경제학 및 데이터과학 연구원으로 재직한다.
무투크리슈나는 이런 탈분과적인 융합 연구를 통해 ‘인간사회과학’이라 부를 수 있는, 인간 행동과 사회 변화에 대한 주기율표,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을 구축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누구를 믿고 누구에게 배울지를 어떻게 결정하는지, 조직과 사회가 규범과 기술에서 어떻게 새로운 혁신을 발견하는지, 다른 사람을 돕거나 해치고 누가 ‘우리’이고 누가 ‘그들’인지 결정하는, 우리 행동을 형성하는 규칙을 발견했다. 무투크리슈나는 이 이론을 사용해 인간의 기원과 성공을 회고적으로 설명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이 가진 결정적 잠재력은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하고 가장 창의적인 우리 자신의 미래를 더 밝게 만드는 데 있다.
우리의 기원 그리고 번영과 연결되는 삶의 법칙을 살펴보자.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라는 네 가지 근본 법칙
인간에 대한 가장 강력한 거대 서사
《총, 균, 쇠》나《사피엔스》같은 거대 서사 책은 토티, 즉 ‘모든 것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것The One Thing That Explains Everything, TOTTEE’이라는 장르에 속한다. 토티는 상상력 한 가지로, 지리 한 가지로, 문화 한 가지로, 제도 한 가지로 인간의 모든 역사를 설명한다. 무투크리슈나는 이런 토티 책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진실에 가깝지는 않다고 본다. 토티는 시스템 차원의 궁극적인 설명을 하지 못한다. 현실 세계에서, 특히 이론에서 실제 응용으로 넘어갈 때는 여러 가지 힘과 그 힘 사이의 관계를 반드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은 모든 생명, 특히 인간을 형성한 수많은 힘을 통합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하고자 한다.
그 이론적 틀에는 먼저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라는 네 가지 ‘삶의 법칙’이 있다. 이 법칙이 인간의 탄생과 이 지구상에서의 성공을 만든 핵심이다.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는 서로 연결되는 고리로서 계속해서 맞물려 인간 본성과 문화의 형성을 이끌었다. 삶의 법칙이 주조해 낸 인간 본성과 문화, 그리고 이 본성과 문화의 공진화가 다시 삶의 법칙에 영향을 미치는 것, 이것이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이다.
첫 번째 삶의 법칙은 에너지이다. “모든 생명체의 총량과 복잡성을 결정하는 궁극적 한계는 에너지의 가용성이다.” 에너지는 생명에게 움직임을 부여했다. 생명체는 가능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제어해서 여러 자원을 쓰며 더 많은 것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 에너지가 많을수록 더 많은 자원에 접근하기 위한 움직임도 증가한다.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에너지를 얻는 방식의 변화에 있다. 한 생명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다른 생명을 먹기 시작하면서 진핵생물이 탄생한 것이다. 바로 인간의 시초다. 인간의 발흥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바로 에너지의 발견이다. 이미 죽은 생명체, 고밀도의 태양 에너지 저장소, 다시 말해 석탄과 석유를 발견하면서 인간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두 번째 삶의 법칙은 혁신이다. 생명체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포획하고 제어하는 방법을 새롭게 혁신한다. 이 혁신은 광합성부터 고기나 우유를 소화하는 능력 같은 생물학적 변화, 농업이나 내연기관 같은 기술, 기업이나 국가 같은 사회적 조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생물학적, 기술적, 사회적 혁신은 생명체가 더 많은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양을 늘린다.
세 번째 삶의 법칙은 협력이다.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충분하고 몇몇 조력자가 도와주면 더 많은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그 에너지를 포집하기 위해 도약하고 협력할 수 있다. 세포는 서로 결합해 복잡한 생물체로 뭉친다. 지역은 국가로 통합되며, 기업은 계약, 합병, 인수를 통해 커진다. 새로운 자원을 발견하거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더 많은 에너지를 창출하는 혁신은 ‘가능성의 공간the space of the possible’을 확장한다. 에너지를 더 많이 발견할수록 이 공간은 더 커진다. 또 이런 공간이 클수록 협력이 이루어지는 규모도 커진다. 더 큰 공간은 더 큰 동물과 더 큰 국가를 가능하게 한다. 이 큰 단위의 협력이 우리가 성공한 중요한 요소였다.
네 번째 삶의 법칙은 진화다. 에너지 활용, 혁신 방식, 협력 기제는 대체로 지능적으로 설계된 해결책이 아니라 결국 성공이 실패를 능가하는 수백만 번의 시도의 산물이다. 이러한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라는 네 가지 법칙은 서로 연결된 네 가지 방식으로서 우리의 지리, 제도, 문화,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 설명한다. 삶의 법칙은 우리의 역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계속해서 작동하고 있다. “삶의 법칙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삶의 법칙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인간 독특성, 지능, 협력, 창의력의 비밀
마이클 무투크리슈나는 당면한 문명의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기 전에 먼저 인간의 독특성, 인간 삶의 가장 특별한 측면을 삶의 법칙과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으로 해부한다. 먼저 인간을 이해해야 우리가 어느 수준에서 어떻게 개입하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석 연료로 열린 가능성의 공간에서 우리의 혁신, 협력, 진화는 우리 인간을 어떻게 이토록 독특하게 만들 수 있었는가? 또 우리는 혁신, 협력, 진화, 에너지 법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삶의 법칙은 우리 유전자에 영향을 미쳤지만 마찬가지로 문화라는 독특한 진화적 추동력을 만들었다. 유전자와 문화는 공진화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부모에게서 유전적 유산을 물려받는다. 역사적으로 우리의 생존, 번성, 번식에 도움이 되는 것에는 쾌감을 느끼고, 우리를 해치거나 죽이거나 혈통을 끊을 수 있는 것에는 고통을 느낀다. 그런데 진화는 인간에게 아주 유용한 정보원을 주었다. 바로 그것이 문화적 학습이다. 문화적 학습, 그리고 문화 자체의 진화인 문화적 진화는 인간 번영의 핵심이다. 뇌라는 하드웨어를 채운 것은 문화와 사회적 학습이라는 소프트웨어이다. 우리의 문화적 패키지는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삶에 필수적이지만 대부분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의 문화적 패키지, 이토록 놀랍고도 정보 밀도가 높은 유산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내재적으로 더 정교한 존재로 혹은 덜 정교한 존재로 판단하게 된다. 이는 인간 본성을 문화적으로 전수된 기술에 기반해 사고하지 못하게 하고 우리 주변 사람과 오래전에 사라진 사람들이 정신적 소프트웨어를 만든 다양한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문화적 패키지와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아는 일은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업이다.
이런 전제를 두고 무투크리슈나는 인간사회과학에서 아주 논쟁적인 주제를 과학자의 양심을 걸고 과감하게 다룬다. 그것은 인간의 지능이다. 문명을 위기에서 구하는 것이 결국 인간의 지성이기 때문에 지능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지능에는 사람마다 집단마다 차이가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과연 지능이란 무엇인가? 지능은 유전자의 산물인가? 인종 간 지능 차이, 성별 지능 차이가 실존하는 데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무투크리슈나는 단호하게 우리는 혁신과 협력을 통해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것은 개인의 지능 덕분도, 남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는 유전적 천재들 덕분도 아니라고 말한다. 혁신은 사람이 모여 서로 배우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집단적 두뇌의 결과다. 우리 삶에서 가장 단순한 사물조차도 수천 년에 걸쳐 축적된 지식의 산물이며 여러 세대에 걸쳐 여러 문화에서 차용되고 재결합된 것이다. 여기서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의 핵심은 삶의 법칙이 ‘문화-집단 선택’을 추동한다는 점에 있다. 이것은 문화가 유전자처럼 선택을 받는다는 논리다.
문화-집단 선택을 통해 무투크리슈나는 인간의 대뇌화, 두발걷기, 언어의 기원, 협력을 유지하는 기제, 종교의 진화, 사회 및 국가, 제도의 진화와 진보 등 우리가 아는 오늘날 인간의 지성과 문명을 설명하며 인간 독특성의 전모를 밝혀낸다. 결국 우리가 더 똑똑해지려면 삶의 법칙을 통해 문화적 진화의 진화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에너지 천장을 뛰어넘고 인류의 진보와 정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주지해야 할 사실은 삶의 법칙에서 토대가 되는 것은 에너지 법칙이라는 것이다. 그건 당연한 말 아니냐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는 너무나 당연해서 실상 우리는 에너지에 대해 사고하는 것을 잊었다. 마치 물고기가 물을 인식하지 않듯이 말이다. 더 이상은 그럴 수 없다. 화석 연료의 한계가 너무나 명확해져서 에너지 요금이 계속 오르고 있고 이런 흐름은 우리의 혁신을 저해하고, 자발적 협력을 해치고, 진화 가능성을 축소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진보하지 못하고 있다. 화석 연료가 창출한 가능성의 공간이 축소되고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무투크리슈나는 EROI라는 개념을 가져온다. EROI는 ‘투자 대비 에너지 수익률’이라는 뜻으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지에 대한 비율을 나타내며, 잉여 에너지가 얼마나 많이 남았는지 알려 주는 지표이다. 1919년에는 석유 1배럴로 최소 1000배럴을 더 발견했다. 1950년에는 석유 1배럴로 100배럴을 발견했다. 2010년에는 석유 1배럴로 5배럴을 발견한다. 이런 에너지 가용성의 급격한 축소는 혁신 역량을 꺼뜨리고, 협력보다 배신을 이끈다.
산업혁명 이후 발명된 우리의 경제 체제는 거의 전적으로 효율성 혁신, 즉 적은 에너지로 더 많은 일을 하는 방법(혁신 법칙)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잉여 에너지의 총가용량(에너지 법칙)은 무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에너지 천장이 무너지고 있다. 성장의 시대는 끝났고 에너지 확장이 필요하지 않은 기술 혁신으로도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생산성의 대침체를 겪고 있다. 계속 오르는 전기 요금을 생각해 보라.
우리는 EROI가 계속 감소함에 따라 과거의 멜서스적 디스토피아에 갇혀 영원한 제로섬 갈등 속에 산다. 현재와 같이 다양한 이방인으로 구성된 대규모 사회에서 협력을 이끌어 내는
충분히 크고 접근 가능한 에너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미래에서 우리는 가족끼리 친구끼리만 돕는 소규모 협력 집단으로 양극화되며 이념적 선을 넘나들며 명료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입장에 고착될 것이다. 이런 미래에서 우리는 점점 더 격화되는 갈등 속에서 서로 싸우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해답이 있다. 당연히 궁극적 해결책은 다음 단계의 에너지를 상용화하는 방법이다. 바로 핵융합 에너지다. 핵융합의 EROI를 높이려면 많은 혁신이 필요하지만 핵융합 연료의 미래에는 사실상 한계가 없다. 핵융합에 성공한다면 바다를 담수화하여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새로운 강과 바다를 만들고, 소행성을 채굴해 희귀 자원을 획득하고,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핵융합은 언제쯤 가능할까. 아직 모른다. 그러나 그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바로 혁신 법칙, 협력 법칙, 진화 법칙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우리의 창의력, 우리의 집단적 두뇌가 활발히 활동하도록 해 마침내 인류의 집단적 지성으로 핵융합에 성공하는 것이다.
마이클 무투크리슈나가 제안하는 전방위적 정책은 매우 급진적이다. 다양성이 만드는 창의력은 증진하면서도 서로를 적대하게 되는 역설을 해결하는 최적의 다문화주의, 문화적 동화를 위한 정책 설계하기, 정치 시스템에 역동성과 활력을 불어넣는 투표 제도 개혁하기, 도시에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부여하는 스타트업 도시 만들기,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프로그래밍 정치 도입하기, 공정한 자본주의를 가로막고 불로소득 계급을 만드는 비생산적인 경제 주체에 과세하기, 창의력을 폭발시키기 위해 무제한의 표현의 자유 증진하기, 능력주의와 능력에 대한 보상을 개혁하기, 인터넷을 진정한 사회적 학습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개입하기, 소수 집단 우대 조치 같은 근시안적 정책을 넘어 공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등 실로 어마어마하고 정치적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논쟁을 촉발하는 과감한 정책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세금 문제를 보자. “불로소득에 따른 세대 간 부의 이전을 통제하는 일은 한 사회의 건강과 지속적인 혁신 능력을 위해 중요하다. 각 세대를 위한 공정한 게임을 만들려면 경쟁의 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산 자를 위해 죽은 자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394쪽) 이런 문장만 보면 좌파가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무투크리슈나는 상속세는 노후에 자녀에게 더 많은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욕구로서의 생산 동기를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책정해야 한다고 다시 스스로 반론한다. 또한 상속세를 통해 부가 더 이상 그 부를 창출한 사람의 직접 통제하에 있지 않다고 해도, 현재의 에너지와 생산에 대한 불공평한 통제권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선출되지 않은 무책임한 사람들의 손에 넘겨줄 위험을 지적한다. 우리 정부가 이 새로운 자금을 더 많은 드론, 미사일, 측근을 위한 정실 계약이 아니라 인간의 잠재력과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사용할지도 어떻게 알겠는가? 그래서 무투크리슈나는 ‘혁명’을 일으키지 않으면 도입될 수 없는, 땅에 대한 과세, 지대세를 주장한다. “지대세는 비생산적인 돈에 부과되는 세금의 일종이다. 이는 특별히 사회주의적인 입장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공고히 할 것이라며 지대세에 반대했다. 지대세는 편취된 부를 재분배할 수 있지만 돈의 생산적인 사용을 저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재분배는 목표가 아니라 부산물일 뿐이다. 우리의 목표는 세대마다 에너지와 자원의 생산적 사용을 장려하는, 경제적으로 효율적이고 공정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408쪽)
우리가 이런 제도가 있는 사회를 상상하지 못한다는 것은 실로 불행한 일이다. 왜냐면 우리는 노예제를 종식하고 여성과 모든 종류의 소수자를 존중하는 사회로 끌어올린 것처럼 오늘날의 사회를 다시 하나로 묶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정책을 그저 공상이나 급진으로 보지 않고, 집단적 두뇌를 모아 세심히 따져봄으로써 다듬고 보완하여 실제로 도입해 “여러 세대에 걸친 구조적 불평등의 유리 천장을 깨고, 더 공정한 세상을 만들고, 더 나은 거버넌스 구조를 발전시키고, 창조적 폭발을 일으키고, 미래 세대를 위한 등불이 되는 최고의 자아가 될 수 있다.”(495쪽) 그러니까 무투크리슈나는 공상적 사회주의자가 아니라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이라는 인간 과학을 토대로 상상 가능한 미래를 제시하는 행동과학자이다. 어떤 미래가 오느냐는 우리의 단호한 결단에 있다. 이 책은 모든 인간이 읽어야 한다. “삶의 법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가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면 우리도 계속될 것이다.
저·역자 약력
마이클 무투크리슈나 Michael Muthukrishna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경제심리학 교수이자 LSE 최연소 종신 교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대학교 인간진화생물학과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쳤다.
마이클 무투크리슈나는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크게 세 가지 질문을 중점적으로 탐구해 왔다. 첫째, 인간은 왜 다른 동물과 다른가? 둘째, 문화와 사회 변화의 근간이 되는 심리적, 진화적 과정은 무엇이며 국가 간, 국가 내에서 정보는 어떻게 전달, 유지, 수정되는가? 셋째,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 종이 직면한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가?
그는 이 세 가지 질문을 다룰 때 수학적 모델링(진화 모델, 게임 이론) 및 심리학·경제학의 데이터과학 방법론을 결합한 방식을 활용하며 이를 통해 인간 행동을 설명하는 보편 법칙을 끌어내고 이 법칙으로 우리 문명의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그는 자신이 도출해 낸 네 가지 ‘삶의 법칙’과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이 우리 문명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에너지가 창출하는 가능성의 공간이 축소된 오늘날의 위기에 맞설 가장 중요한 이론이라고 주장한다. 인간 행동에 대한 이 보편 이론은 혁신 장려, 부패 방지, 대규모 협력의 유지, 문화 간 차이의 탐색, 거버넌스 정책 혁신, 인공 지능과의 협력 및 인간 역량 강화 같은 시급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이다.
무투크리슈나는 《네이처 인간 행동》을 비롯한 유수의 과학 저널에 논문을 출판했으며 2023년 인간행동및진화학회HBES에서 신진학자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박한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진화인류학 교실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휴먼시스템의학과 진화의학 겸무교수이자 신경정신과 전문의로서 호모 사피엔스의 다양한 행동 양상을 진화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분자생물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호주국립대학교ANU 인문사회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전임의, 서울대학교 의생명연구원 연구원, 성안드레아병원 과장 및 사회정신연구소 소장,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진화의학센터 겸임교수 등을 지냈다.
《진화인류학 강의》 《인간의 자리》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등을 썼고, 《진화와 인간 행동》 《여성의 진화》 《행복의 역습》 《센티언스》 등을 옮겼다.
책 속으로
이 책은 석탄이나 석유, 재생 에너지나 핵 에너지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인류의 미래, 우리 각자의 행동이 어떻게 집단적 지혜에 기여하는지,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다음 단계의 풍요로움을 달성해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고, 언젠가 은하계를 아우르는 문명을 이룰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또한 우리의 목표 달성을 가로막는 장애물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 관한 탐구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의 바다 앞에 서 있다. 현재 우리의 화석 연료 문명을 위협하는 도전들에, 즉 다가오는 파도에 어떻게 대응할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들어가며 / 21쪽
우리 문명이 에너지를 통제하는 것은 에너지 법칙과 혁신 법칙의 산물이며 현재 우리 모두가 사는 가능성의 공간을 창출했다. 효율적인 에너지 기반 기술은 지구를 축소하고 우리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연장했다. 하지만 24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것이다.
혼자서 모든 일을 하지 않아도 더 나은 회사를 만들고, 더 좋은 책과 논문을 쓰고, 더 나은 제품을 설계할 수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때 서로 다른 전문 지식의 시너지 효과로 우리 모두의 유효 시간이 더욱 늘어난다. 더 빨리,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협력자와 직원에게 넘겨주면 자신의 비교 우위에 집중할 수 있다. 사실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도 협력이 필요한데 혼자서 석탄을 채굴하고, 가공하고, 전기로 변환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내가 이 모든 걸 자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우리가 개인적으로 직면하는 결정, 트레이드오프trade-off, 경쟁이 더 큰 시스템의 일부임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도전이나 사회가 직면하는 도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구상의 생명체만큼 오래된 문제이다. 이 도전들은 동일한 기본 법칙을 따른다.
에너지, 혁신, 협력은 유전적, 문화적 진화의 힘으로 발전한 기술과 일하는 방식에 따라 형성된다.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 이 네 가지 요소는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주며 우리 사회와 생명 그 자체가 진화하는 방식을 축소해 보여 준다.
-1장 삶의 법칙 / 48쪽
우리의 문화적 패키지는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헤엄치는 물의 일부이며 삶에 필수적이지만 대부분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의 문화적 패키지, 이토록 놀랍고도 정보 밀도가 높은 유산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내재적으로 더 정교한 존재로 혹은 덜 정교한 존재로 판단하게 된다. 이는 인간 본성을 문화적으로 전수된 기술에 기반해 사고하지 못하게 하고 우리 주변 사람과 오래전에 사라진 사람들이 정신적 소프트웨어를 만든 다양한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문화적 패키지와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아는 일은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업이다.
-2장 인간이라는 동물 / 134쪽
우리 각자는 인지적 능력을 비롯해 다양한 능력을 보유한다. 하지만 우리가 지능 또는 천재성을 구성하는 능력으로 간주하는 능력 집합은 사회마다 시대마다 다르다. 이누이트족을 비롯해 이동이 잦은 소규모 사회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곳곳의 지리적 위치를 기억하는 뛰어난 공간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초기 그리스도교 사회, 이슬람 제국에서는 성서를 외울 수 있는 사람이 가장 똑똑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학자와 예술가였다. 20세기에는 한 가지 기술을 가진 장인과 수학 천재였다. 우리 시대에 인터넷을 통한 지식의 즉각적 접근성은 많은 양의 정보를 단순히 암기하는 능력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잡음 속에서 올바른 신호를 분류하고, 올바른 정보를 찾고, 대량의 데이터를 해석하고, 산만한 세상에서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의 가치를 더 높여 주고 있다. 많은 사람이 암산 능력과 기억력 상실을 한탄하지만 각 세대의 집중력은 다른 영역의 결핍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반플린 효과anti-Flynn effect 때문에 현대인의 반응 시간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학교에 막 다니기 시작한 어린이의 경우, 길 찾기를 포함한 공간 능력이 나빠졌다. 요점은 과거 또는 다른 사회에서 고안된 IQ 테스트가 다른 능력, 즉 암묵적으로 다른 가치를 측정한다는 것이다. 인공 지능의 부상은 의심할 여지없이 위어드 사회에서 지능의 정의를 새롭게 바꿀 것이다.
-3장 인간의 지능 / 147~148쪽
요약하자면, 사람들은 가용 에너지와 자원에 접근하기 위해 점점 더 큰 집단으로 협력한다. 이런 집단 내에는 더 많은 평화와 협력, 친절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집단 사이에는 종종 잔인함, 착취, 파괴적 폭력도 존재한다. 더 큰 집단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생각, 차별에 대한 낙인찍기, 능력주의의 공정화 같은 가치와 규범을 발견하고, 이 가치와 규범은 평판과 제도를 통해 확산된다. 가치와 규범은 자명하지는 않지만 충분한 자원이 있다면 더 큰 규모의 협력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협력, 혁신, 지능은 서로 다른 상호 연결된 규범을 가진 가능한 세계 중에서 선택하는 진화적 힘의 결과이다. 성공적인 신념은 이성, 인과적 이해, 지식이 아니라 그것이 세계와 인간에 미치는 효과에 의해 지속된다.
-6장 협력이라는 수수께끼 / 273쪽
EROI가 떨어지고 고밀도 에너지원이 부족해짐에 따라 우리는 자원을 파고 시추하고 채굴하고 남은 자원을 놓고 다투면서 지구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 기후 변화로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고 생활필수품의 공급이 중단되는 일을 겪으면서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새로운 도전 과제가 생겨났다. 21세기의 첫 10년 동안 시리아에서는 가뭄으로 비옥했던 땅이 사막으로 변했다. 흉작으로 농작물 수확량이 줄자 사람들은 농장에서 도시로 이주했다. 부족한 자원과 갑작스러운 이주민 유입은 불만을 일으켰다. 불만은 시위로 이어졌다. 시위는 내전으로 번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는 시리아 국경을 넘어 유럽으로 번졌다. 예상치 못한 손님을 위해 식료품을 충분히 사지 못한 집주인처럼 유럽은 난민을 수용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모든 사람이 새로운 이민자의 유입을 반기는 것은 아니어서 유럽 전역에서 우파 포퓰리스트의 명성과 세력이 커졌다. 난민 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5년, 영국인의 45%는 유럽 대륙의 난민 위기가 브렉시트 국민 투표에서 탈퇴에 투표할 가능성을 높혔다고 답했다. 외국인 혐오증은 탈퇴 투표를 강력하게 예측하는 변수였다. 난민 위기가 브렉시트의 원인은 아니었지만 투표 결과를 뒤집는 데는 충분했을 수 있다. 2016년, 영국은 스스로 경제적, 정치적 외딴섬이라고 선언하며 투표로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다. 그러나 시리아에서 일어난 일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2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286쪽
오늘날에는 문화적으로 멀리 떨어진 사회에서 온 사람들과 더 많이 함께 살게 됐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볼 때, 문화적으로 먼 그들의 출신 국가들은 세계적 문제를 두고 전례 없이 서로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세계는 더 작아졌지만 다양성은 여전하다. 문화적으로 먼, 이 새로운 형태의 이주와 협력은 우리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으나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다양성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복잡한 생명체의 성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다양성은 생명체의 진화에 필요한 새로운 형질을 제공한다. 성의 재조합 능력은 진화 가능성evolvability(진화가 반드시 무작위적이고 맹목적적인 방향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적합도가 떨어져도 진화의 잠재력이 높은 개체가 궁극적으로 선택받는다는 개념-역주)과 유전적 진화의 속도를 증가시켰다. 오늘날 다양한 사회는 다양한 문화적 형질을 재조합해 문화적 진화를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하와이안 피자 외에도 외국인이 창업한 비즈니스는 수익성이 높고 확장 가능성이 더 높은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문화적 형질이 만나고 재결합하는 데에는 많은 장벽이 있다.
-7장 인류를 재결합하기/ 308~309쪽
프로그래밍 가능한 정치의 세계에서는 정책과 통화가 경쟁하고 가격이 형성되며 사람들이 어떤 통화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환율이 결정된다. 오류를 범하는 세무관이나 거대한 관료 조직을 임명할 필요 없이 세금이 자동으로 추출된다. 투표와 신원은 이 생태계 내에 저장돼 협력하는 커뮤니티 간에 공유될 수 있다. 우리는 가장 효과적인 규칙과 제도에 도달하고 합의할 때 큰 국가처럼 자유롭게 합쳐질 수도 있고 스타트업 도시처럼 다양한 접근 방식을 실험하는 작은 공동체로 갈라질 수도 있는, 여러 개의 중첩되고 내재적인 커뮤니티에 속하게 될 것이다.
프로그래밍 가능한 정치의 전체 역사가 펼쳐지면 인공 지능은 네트워크를 평가하고 학습해 어떤 변화를 만들고 다음에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하는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다
-8장 21세기의 거버넌스/371쪽
불평등은 사회를 개선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이를 실현한 기회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혁신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에너지와 경제 측면에서 보면 돈의 명목 가치(숫자 가치)는 상승하는 반면 실질 가치(돈으로 할 수 있는 일)는 감소하고 있다. 이는 진정한 부의 창출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더 이상 예전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포지티브섬의 세계에서 제로섬의 세계로 이동 중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다시 악순환이라는 피드백 고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는 각 세대에서 최고를 선발하고 있지 않다. 최고의 사람이 지휘봉을 잡도록 보장하고 있지도 않다. 또한 새로운 부를 창출할 능력이 부족하지만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는 사회에서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방법을 찾는 데 돈을 쓰며 상속세가 인상됐을 때 영국 귀족에게 일어난 일과는 정반대의 현상, 부의 창출에서 부의 편취로 이어지고 있다.
불로소득에 따른 세대 간 부의 이전을 통제하는 일은 한 사회의 건강과 지속적인 혁신 능력을 위해 중요하다. 각 세대를 위한 공정한 게임을 만들려면 경쟁의 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산 자를 위해 죽은 자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9장 불평등의 유리 천장 깨기/394쪽
유명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과 인공 지능 도구를 설계한 사람들은 우리 마음과 사회를 형성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소수의 사람이 A/B 테스트와 알고리듬 최적화를 통해 수백만 명에게 배포한 작은 변화가 우리의 협력과 혁신 능력에 도움이 될 수 있고 해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결정에는 우리가 누구에게서 무엇을 배울지 평가하는 방식이 반영되지 않으며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도 고려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화적 진화에 대한 이해와 공학적 설계를 결합함으로써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엄청난 힘을 이용해 집단적 두뇌의 빛을 밝히고 창의적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11장 인터넷을 개선하기/452쪽
집단 간 차이를 상류에서 해결하는 것, 즉 어린 시절의 환경과 기회를 개선하는 정책은 우리가 주로 초점을 맞추는 하류에서의 해결, 즉 대학 진학이나 일자리 정책을 개선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영국과 미국을 포함한 많은 지역 사회가 공해, 질병, 영양 부족, 흡연 노출, 납 같은 독소로 인한 지속적인 뇌 하드웨어 공격으로 고통받고 있다. 예를 들어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영국 주민이 낡은 주택의 오래된 상수도관에서 누출된 납 때문에 납 중독을 겪는다. 나도 우리 집의 수돗물을 검사하니 안전하지 않은 수치가 나왔다. 심지어 우리 집은 납 중독으로 알려진 지역에 있지도 않다. 글래스고처럼 납 중독률이 훨씬 높다고 알려진 지역은 학교 성적이 낮고 비행 청소년 증가율이 높다.
-12장 더 밝아지는 미래/473쪽
차례
들어가며 11
1부 우리는 누구이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1장 삶의 법칙 37
시스템 수준의 궁극적 설명│일상 속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 법칙│모든 것의 간략한 역사│삶의 법칙은 모든 것을 지배한다│앞으로 올 것에 관한 힌트│태양의 힘
2장 인간이라는 동물 93
문명과 ‘야만인’│원시인?│합리적인 동물?│혹성탈출, 종의 전쟁│무지는 뻔하다│지식의 샘│문화적 진화의 진화│문화적 추론│누구에게 배우는가?│학습 전략│내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하는 말│당신이 아는 것을 정말 아는가?
3장 인간의 지능 135
얼마나 똑똑한지 측정하기│IQ에 관한 10가지 사실│지능의 문화│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문화│IQ 다시 보기
4장 집단적 두뇌의 혁신 191
무에서 사과파이 만들기│수 세는 법 배우기│COMPASS, 혁신의 7가지 비밀│우버의 5S 전략 수립
5장 문화의 창조력 218
대뇌화 설명하기│말 배우기│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한 마을│정보 할머니 가설
6장 협력이라는 수수께끼 243
협력은 왜 수수께끼인가?│협력의 기제│협력에서 부패로│보이지 않는 문화적 기둥에 기반한 제도│문화-집단 선택│종교의 진화│장기 평화?│삶의 법칙으로 돌아가기
2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7장 인류를 재결합하기 291
노르웨이 대 영국│다양성의 역설 해결하기│최적의 문화적 동화│호주에서 얻은 교훈│아프리카의 다양성과 부족한 자원│새로운 부족과 제2차 계몽주의
8장 21세기의 거버넌스 344
스타트업 도시│프로그래밍 가능한 정치
9장 불평등의 유리 천장 깨기 373
부의 창출│부의 편취│최고가 지배하는 세상?│더 공정한 게임│비생산적인 자금에 과세하기│1971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10장 창의력을 폭발시키기 414
대침체│융합의 도화선
11장 인터넷을 개선하기 440
사회적 학습에 관한 지식으로 소셜 미디어 개선하기
12장 더 밝아지는 미래 453
플린 효과 가속화하기│모든 아이가 다 괜찮은 것은 아니다│인간의 잠재력 극대화│인공 지능과 기계 학습, 제4의 정보
결론 489 ┃ 감사의 말 497 ┃ 역자의 말 501 ┃ 더 읽어 보기 505 ┃ 찾아보기 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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