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추천글
국가 예산과 비전의 기획자,
변양균이 밝히는 한국 경제의 자화상
저자 변양균은 한마디로 ‘정책통’이다. 30여 년 동안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기획예산처에서 일하면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했다. 장기에 걸친 경제개발계획, 해마다의 나라 살림, 미래 한국의 비전을 위한 기획이 그의 손을 거쳐 입안되고 편성되었다. 정책의 최일선에서 축적해온 실무 능력과 경험은 가히 독보적이다. 경제학자로서의 이론적 무장 또한 튼실하다. 그가 재정 및 경제정책 분야에서 몇 안 되는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유이다. 거기에 해박한 상식이 어우러지면서 그의 주장과 담론은 탄탄한 논리성과 강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참여정부에서는 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를 ‘진보의 철학을 가진 유능한 경제관료’로 평가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특별히 2030년을 내다보는 국가의 비전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지난 1월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을 출간한 후 블로그 omnipresent revolution(변양균.com)을 운영하면서 경제정책 분야에서 다양한 담론을 생산해 왔다.
변양균의 신간 《어떤 경제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는 영화가 그 모티브이다. 대부분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들이다. 자칫 그냥 흘려 넘길 수 있는 영화의 장면들을 저자는 날카롭게 포착한다. 그가 끄집어낸 장면마다 한국경제의 현실이 담겨있다. 아프지만, 그러나 감출 수 없는 불편한 진실들이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곳에서부터 시작한다. 먼저 왜 그런 아픈 현실이 발생했는지 경위를 밝힌다. 현실을 호도하고 있는 다양한 거짓의 장막들을 하나씩 거두어낸다. 그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부끄러운 한국경제의 자화상을 만나게 된다. 그 지점에서 그는 심각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어떤 선택이, 또 어떤 대안이 우리 경제를, 나아가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할 것인가? 그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 덧 우리는 나름대로의 명확한 해답을 갖게 된다. 그는 영화를 함께 감상하는 친근한 벗이자, 한국경제의 현실을 이야기해주는 친절한 교사이다.
영화의 감수성과 경제학의 휴머니즘이 만나다
영화는 우리에게 또 다른 현실을 이야기해 준다. 어쩌면 실제의 현실보다 더 첨예하고 적나라하기까지 하다. 그곳에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있다.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도 있다. 저자의 풍부한 감수성은 우리의 시선을 특정한 장면에 고정시킨다. 휴머니즘이 어우러진 저자의 따뜻한 경제학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매트릭스〉의 가상과 현실, 〈대부〉의 마피아 패밀리,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체 게바라, 그 밖에도〈브라질〉,〈퍼펙트 스톰〉 등 20편의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스토리가 지금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압축적으로, 그러나 선명하게 드러낸다. 독자들은〈대부〉에서 재벌의 잘못된 행태를 볼 것이다. 〈존 큐〉와 〈모래와 안개의 집〉은 의료, 주거, 교육, 치안 등 국민의 4대 기본수요가 왜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배경이 된다. 또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에서는 ‘노동의 생산성’ 개념을 파악하게 될 것이다. 〈브라질〉에서는 관료주의의 폐해를 절절하게 경험할 것이며, 〈폴링다운〉에서는 우리 ‘사회적 자본’의 현주소를 파악하게 된다.
‘사람이 행복한 나라’를 위한 실천방안
저자의 지향은 ‘사람이 행복한 나라’이다. 이를 위해 그는 한국경제의 각 부문에 대해 냉철한 분석을 전개한다. 그 분석을 토대로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한 실천적 방안들을 제시한다. 낯설기도 하고 조금은 이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각각의 대안들은 충분하고도 강력한 근거를 갖고 있다.
‘재벌의 가족경영 공개 특별법’(‘재벌실명제’)은 재벌의 폐해를 일소하기 위한 과감하고도 혁신적인 방안이다.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퍼지는 낙수효과trickle down가 나타나지 않는 지금, 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서의 복지를 생각해야 한다. 다가올 경제위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보다 바람직한 리더십의 선택이다. 비효율적인 관료주의를 일신하기 위해서는 행정고시 폐지가 검토될 필요가 있다. 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생애노동시간의 연장이 필요하며 그 일환으로 모병제 도입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성장개혁, 재벌개혁, 노동개혁의 3대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모두가 현실의 문제에 대한 깊은 천착으로부터 비롯된 실천 방안들이다. ‘사람이 행복한 나라’는 바로 이러한 대안들이 실천되면서 모든 국민이 ‘상향평준화’되는 세상을 말한다.
어떤 경제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주요내용)
〈매트릭스〉는 이 세계가 허상일 수도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 영화는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은 과연 진실인가,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허상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지금의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역사나 국가권력을 바라보는 시각에 커다란 차이가 생겨났고 이렇게 다양한 시각이 동시대에 공존하고 있다. 50대 이상의 세대는 전형적인 농촌세대이다. 40~50대는 산업화·도시화와 함께 자란 세대이고, 20~30대는 정보화시대의 세대들이다. 성장해 온 배경이 다른 만큼 세대 간의 시각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그들은 저마다의 눈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보고 있다. 경제 관련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시각만이 진실이라고 믿으며, 더러는 어려운 전문용어로 포장하여 자신의 시각을 강요한다.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가 그랬듯이 우리도 ‘빨간 알약’을 먹고 한국경제의 오해와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
합법을 가장한 재벌의 절도와 사기
‘재벌The Chaebol’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한글로 된 경제 용어이다. 독점적 시장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동일업종 내의 기업결합을 의미하는 트러스트나 카르텔과는 다르다. ‘혈족경영’이기 때문이다. 서구 언론에서는 재벌을 ‘가족경영 복합기업family-run conglomerates’으로 표기한다.
이러한 폐쇄적 혈족경영은 조직 폭력배의 행태와 흡사하다. 영화 〈대부〉에서는 패밀리의 혈족만이 후계자가 되는데, 우리나라의 재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문제는 혈족 세습으로 그치지 않는다. 돈이 된다면 어떤 사업이든 뛰어든다. 빵집, 커피숍, 꽃가게, 식당, 학원, 아이스크림 전문점, 통닭, 분식, 세탁소 등 문어발 수준을 넘어선다. 문제는 이러한 업종들 대부분이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생계 수단이라는 사실이다. 막대한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을 가진 재벌들이 이러한 영역에 진출함으로써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이는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길거리 좌판이 장사가 잘 되자 그 옆에 같은 아이템으로 큰 가게를 내는 것과 동일하다. 더욱이 이들은 가족과 친인척에게만 일감을 몰아줘 회사가 정당하게 가져야 할 이익을 사적으로 편취한다. 불공정의 문제가 아니라 합법을 가장한 절도와 사기이다.
재벌개혁은 특수계급의 문제, ‘공개 특별법’을 제정해야
재벌 개혁과 관련하여 헌법 제119조의 ‘경제민주화’가 자주 거론되는데, 이는 ‘재벌’보다는 ‘대기업’의 폐해를 지적하는 조항이다. 재벌 개혁의 핵심은 오히려 헌법 제11조에 규정된 ‘사회적 특수계급’의 문제이다. 혈족 중심의 세습체계와 폐쇄적인 경영 방식을 가진 재벌은 이미 ‘사회적 특수계급’이다.
영화 〈대부〉에서의 비토 콜리오네와 같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으로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 그것은 가칭 ‘재벌의 가족경영 실태 공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즉 국내 시장을 파괴하는 재벌이 누구인지, 재벌이 가족과 친인척들이 어떤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는지 낱낱이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재벌실명제’이다.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않고 발가벗기는 것이 국내 시장을 파괴해 온 재벌을 조정하는 출발점이 된다. 투명이 곧 권력이다.
살아온 인생을 보고 대통령을 선택해야
뉴욕대학교 경제학과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최근 ‘퍼펙트 스톰’(대大경제위기)이 형성되고 있으며, 2013년에는 전 세계적 규모의 경제 위기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제 전망은 더욱 어둡다. 경제 성장률이 2% 또는 그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계부채가 경기 악화와 맞물리면 금융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 부동산 침체로 중산·서민층이 몰락하여 대출금 상환 능력을 상실하면서 금융부실을 초래할 수 있으며, 대규모 토목공사로 인한 국가부채의 증가 때문에 사회안전망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북한 변수’도 여전하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할까? 영화 〈퍼펙트 스톰〉에서는 주인공인 빌리 선장이 투덜거리는 선원들을 이끌고 위험한 바다로 나간다. 한 사람의 무모한 고집 때문에 결국 선원들은 목숨을 잃는다. 리더십을 선택해야 할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살아온 인생을 보고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궤적을 보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알 수 있다. 정의와 약자의 편에 서서 살아왔는지,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살아왔는지, 민주화의 역사에 기여하며 살아왔는지,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살아왔는지를 보아야 한다.
생애 노동 기간을 늘려야 삶이 윤택해져
영화〈에린 브로코비치〉는 한 여성과 작은 마을의 주민들이 거대 기업과 맞서 싸운 이야기이지만, 실제로는 세 아이를 둔 이혼 여성의 삶을 그린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이 낮다. 육아와 교육 때문에 직장 생활을 제대로 이어갈 수 없어서 경력직 여성들의 경우 노동의 단절이 일어난다. 출산율도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여성 고용률을 높이고 출산율을 높이려면 개인의 평생 노동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학교를 다니는 기간도 긴 편이고 게다가 군복무 기간도 있다. 더욱이 정년도 짧다. 평생 노동시간이 짧으면 윤택한 삶이 보장되지 않는다. 평생 노동시간을 늘리기 위해 군대를 직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모병제로 전환하면 군대는 매력적인 직장이 될 것이다. 병사들의 숙련도가 높아지면서 정예화 되어 인력도 감축할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기회비용의 절감이 이루어진다. 여성 인력에게도 군 문호를 확대하면 여성 고용률을 높일 수 있다.
의료, 주거, 교육, 안전의 4대수요는 국가가 충족시켜야
영화 〈존 큐〉는 위독한 아들의 심장이식 수술을 위해 병원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한 아버지의 사투를 그리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의료는 필수적인 생활 서비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의료 서비스에 대한 모든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가가 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 주어야 한다. 가족 구성원 가운데 한 명이 큰 병에 걸리면 온 가족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 빈부의 격차가 있어도 모든 구성원이 누리는 삶의 질이 대체로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 국민의 기본수요basic needs가 충족되기 때문이다. 기본수요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해소되어야 할 기본적인 욕구이다. 우리 사회의 4대 기본수요로는 의료, 주거, 교육, 안전을 꼽을 수 있다. 국가의 역할은 이 4대 기본수요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행정고시의 폐지와 정부 개방(open government)
영화 〈브라질〉은 관료체제의 폐해를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단순한 업무 하나도 수많은 절차와 단계를 거쳐야 하며 공무원들은 늘 불친절하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 쇼크》에서 “미래의 세계에서는 피라미드형 관료체제나 대의민주주의는 붕괴되고 참여민주주의만이 요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직 사회도 변화해야 한다. ‘관리자’에서 ‘전문서비스의 제공자’로 변화하지 않으면 고객인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기존의 행정고시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지금의 행정고시는 소수 인원을 행정자치부에서 선발하고 각 부처의 중견 간부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구시대적 업무 방식과 수직적 조직문화에 갇혀 버렸다. 무사안일한 공직자가 발붙이기 힘든 사회가 되어야 한다. 공직 사회 내부의 경쟁을 일으켜 공무원 개개인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경제만 개방(open economy)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도 개방(open government)해야 한다.
사회적 자본의 힘이 선진국의 힘
신뢰를 잃은 사회가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OECD 27개 회원국 중에서 사회적 갈등이 네 번째로 심한 나라로 보고되고 있다. 신뢰를 잃고 규율을 지키지 않는 사회는 늘 갈등에 휘말리게 된다. 2003년 IMF의 조사에 따르면, 경제사회 시스템의 성숙도가 높을수록 선진국이었으며, 후진국으로 갈수록 시스템의 성숙도는 낮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소득 수준에 비해 시스템 성숙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자본이란 노동, 자본, 기술 이외에 “협력을 촉진하는 무형의 자산 일체”를 말하며, 선진국의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거론된다.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할 때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전후의 과정에서 사회적 자본의 힘이 드러난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 시스템 전반의 질적 수준을 의미한다. 사회 시스템의 질이 높을수록 구성원들 간의 생산적인 상호관계가 촉진되며 자발적 혁신이 일어나 보다 높은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갈등관리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해야 한다.
본문 속으로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하여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들이 제기하고 있는 주장들은 옳고 그름과 진실 여부를 판단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불완전한 경제적 주장들에 대해 그 오해와 진실myth and truth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친숙한 영화 속의 장면들이 이야기를 풀어 가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영화는 곧 현실이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재벌이 촉수를 뻗친 사업 분야를 보자. 빵집, 커피숍, 꽃집, 파스타, 회전초밥, 꼬치구이 식당, 입시학원, 자동차 정비, 자동차 수입, 중고차 수입, 결혼식장, 꽃가게, 아이스크림 전문점, 통닭, 순대, 떡볶이 가게, 세탁소 등 상상을 초월한다. 가히 문어발 수준이다. 업종의 문제를 넘어서고 있다. 회사를 잘 다니던 직장인이 길을 가던 도중 어떤 할머니의 생계수단인 길거리 좌판이 장사가 잘되는 것을 보고는 그 옆에 그 아이템으로 큰 가게를 내는 것과 똑같은 행위이다. _ 1 마피아와 재벌의 가족경영
“재벌의 폐해와 관련된 조항이 있다면 바로 헌법 제11조 2항의 ‘특수계급 인정, 창설 금지’ 조항이다.
대한민국 재벌의 문제점은 부와 권력이 편법 또는 불법으로 피blood를 통해 세습된다는 데에 있다. 즉 ‘특수계급’의 문제인 것이다. 재벌개혁이란 부富는 물론 권력까지 승계하는 족벌과 패밀리, 또 그 패밀리를 중심으로 결집된 일부 족벌 언론과 족벌 정치세력의 ‘사회적 특수계급(헌법 제11조)화’를 막으려는 것이다.” _ 2 재벌개혁은 헌법 제119조가 아니라 제11조의 문제다
“소득의 양극화가 심각하다 해도 양극화 자체가 심각한 문제인 것은 아니다. 소득 양극화가 교육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교육 양극화가 계층이동upward social mobility의 기회를 축소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한마디로 빈곤의 대물림으로 인한 출발선의 격차가 더 큰 문제인 것이다.”
_ 4 평등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방식대로 판단한다. 그래서 우리는 잘 살펴보아야 한다. 정의와 약자의 편에서 살아온 사람인지, 원칙과 소신을 지키면서 살아온 사람인지, 민주화의 역사에 기여하면서 살아온 사람인지,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살아온 사람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모두가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 대통령은 서민 생활을 말이나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 현상을 보는 시각이 정확해야 한다. 역사인식도 객관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신뢰할 수 있다. 말로는 속일 수 있어도 지나온 길은 속일 수 없다.”
_ 9 위기의 시대,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정부가 OECD 34개국 가운데 1위라고 발표한 ‘우수 지표’ 1순위가 ‘연평균 노동 시간’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생 노동 기간(직장을 다니는 기간)도 1위일까? 짧은 기간만 노동 강도를 높임으로써 생활의 질을 황폐화시키면 안 된다. 평생에 걸쳐 일을 하는 노동 기간을 늘려 주어야 생애 소득이 높아지고 생활의 질이 높아진다.” _ 11 생애 노동 기간을 연장하라!
이제 관료 사회도 시대의 요구에 맞추어 변화하지 않으면 그 생존이 위협받는 시대를 맞고 있다. 공무원도 ‘관리자’에서 ‘전문서비스 제공자’로 변화하지 않으면 그 고객인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혁신이란 시대적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체질로 신속히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혁신이라 할 수 없다.”
_ 12 권력의 편견이 영혼 없는 공무원을 만든다.
“읍·면·동 조직에서 일개 부서 업무에 머물고 있는 복지 업무를 중심적인 업무로 개편해야 한다. IT산업의 발전 추세와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앞으로 일선 조직의 전통적인 행정 업무는 줄어드는 한편 복지 관련 업무는 계속 증가하게 될 것이다. 아니, 이미 넘쳐나고 있다. 기존의 읍·면·동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는 일반 행정직 공무원을 복지 담당 공무원으로 전환하고 사회복지사를 확충하여 복지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 _ 14 노인들이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사회
“이제는 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선진국 따라잡기catch-up식 성장방식은 이제 그 막을 내렸다. 성장만을 위한 방식에서 전환해야 한다. 대기업이나 수출 기업이 주도하는 성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경제 운용의 목표를 ‘빈곤 성장’에서 ‘복지 성장’으로 바꾸어야 한다. 비정규직 일자리만 양산하는 것은 결코 성장이 아니다.” _ 에필로그 〈뷰티풀 마인드〉와 3대 구조개혁
저자소개
지은이 : 변양균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의 국가기획 및 경제정책 전문가.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초중고를 다녔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제14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하여 경제 관료의 길에 들어섰다.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기획예산처의 주요 요직을 거치며 경제개발, 정부 예산 및 국가기획 분야의 전문 관료로 일했다. 1986년 세계은행의 지원을 받아 미국 예일대학교에 유학하여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2002년 서강대학교에서 논문 〈한국 재정의 지속가능성 분석과 재원 배분의 비최적성 치유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참여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며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참모이자 복지비전 설계의 책임자로서 참여정부의 주요 경제·사회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했다. 특히 2006년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구체적 실천 투자계획으로서 ‘비전 2030’을 수립하여 복지국가의 비전을 구체화했다.
현재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으로 있으며, 민간기업인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 《어떤 경제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개발연대의 경제정책》 등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정통 경제관료 변양균의 진보적 담론을 만나다.
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정통 경제 관료, 변양균의 진보적 담론을 담은 책 《어떤 경제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가 출간되었다. 30여 년 동안 정책의 최일선에서 지켜보았던 한국 경제의 명암, 남다른 분석력으로 날카롭게 해부한 한국 경제의 아픈 현실, 그리고 정책 전문가로서 제시하는 한국 경제의 대안과 비전이 고스란히 이 한 권에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책 당국이나 일부 전문가들의 왜곡된 주장들에 대해 그 허점을 통렬하게 지적한다. 수많은 논쟁들을 둘러싼 오해를 명쾌하게 밝히면서 진실에 접근한다. 보수와 진보, 각 진영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재벌개혁, 복지․성장, 모병제, 경제위기와 리더십 등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논쟁의 초점이 되고 있는 다양한 화두에 대해 냉철한 분석과 함께 합리적 대안을 제시한다.
‘재벌개혁은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특수계급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모병제 도입을 통해 생애 노동시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서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보는 탁월한 안목을 엿볼 수 있다.
변양균의 경제 담론은 잘 알려진 영화의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명화를 재음미하는 재미를 맛보는 순간 독자들은 어느 새 한국경제의 현실 속으로 들어와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영화보다 아름다운 변양균의 따뜻한 경제학을 만나게 된다.
목차
프롤로그 _ 무엇이 가상이고 무엇이 현실인가?
1 마피아와 재벌의 가족경영
- 〈대부〉와 재벌개혁 1
2 재벌개혁은 헌법 제119조가 아니라 제11조의 문제다
- 〈대부〉와 재벌개혁 2
3 ‘복지와 성장’, 그 끝없는 논쟁의 이면
-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와 복지 포퓰리즘
4 평등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 〈가타카〉와 기회의 평등
5 그의 성姓이 록펠러였다면
- 〈존 큐〉와 4대 기본수요
6 개방과 경쟁력, 무엇인 먼저인가?
-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와 개방경제
7 ‘소비하기 좋은 사회’가 ‘기업하기 좋은 사회’를 만든다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와 서비스 산업
8 21세기 창의적 경쟁력을 배우다
- 〈죽은 시인의 사회〉와 교육개혁
9 위기의 시대,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 〈퍼펙트 스톰〉과 국가 리더십
10 옥수숫대에는 옥수수가 몇 개나 달려 있을까?
- 〈모던 타임즈〉와 노동생산성
11 생애 노동 기간을 연장하라!
- 〈에린 브로코비치〉와 직장인들의 생활
12 권력의 편견이 영혼 없는 공무원을 만든다
- 〈브라질〉과 관료주의
13 차라리 총기 소유를 허용한다면?
- 〈폴링 다운〉과 사회적 자본
14 노인들이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사회
- 〈어바웃 슈미트〉와 선진국의 모습
15 선진국도 야만의 시대를 걸어왔다
- 〈갱스 오브 뉴욕〉과 역사의 발전
에필로그 _ 〈뷰티풀 마인드〉와 3대 구조개혁
편집자 추천글
변양균이 밝히는 한국 경제의 자화상
저자 변양균은 한마디로 ‘정책통’이다. 30여 년 동안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기획예산처에서 일하면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했다. 장기에 걸친 경제개발계획, 해마다의 나라 살림, 미래 한국의 비전을 위한 기획이 그의 손을 거쳐 입안되고 편성되었다. 정책의 최일선에서 축적해온 실무 능력과 경험은 가히 독보적이다. 경제학자로서의 이론적 무장 또한 튼실하다. 그가 재정 및 경제정책 분야에서 몇 안 되는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유이다. 거기에 해박한 상식이 어우러지면서 그의 주장과 담론은 탄탄한 논리성과 강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참여정부에서는 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를 ‘진보의 철학을 가진 유능한 경제관료’로 평가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특별히 2030년을 내다보는 국가의 비전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지난 1월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을 출간한 후 블로그 omnipresent revolution(변양균.com)을 운영하면서 경제정책 분야에서 다양한 담론을 생산해 왔다.
변양균의 신간 《어떤 경제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는 영화가 그 모티브이다. 대부분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들이다. 자칫 그냥 흘려 넘길 수 있는 영화의 장면들을 저자는 날카롭게 포착한다. 그가 끄집어낸 장면마다 한국경제의 현실이 담겨있다. 아프지만, 그러나 감출 수 없는 불편한 진실들이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곳에서부터 시작한다. 먼저 왜 그런 아픈 현실이 발생했는지 경위를 밝힌다. 현실을 호도하고 있는 다양한 거짓의 장막들을 하나씩 거두어낸다. 그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부끄러운 한국경제의 자화상을 만나게 된다. 그 지점에서 그는 심각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어떤 선택이, 또 어떤 대안이 우리 경제를, 나아가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할 것인가? 그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 덧 우리는 나름대로의 명확한 해답을 갖게 된다. 그는 영화를 함께 감상하는 친근한 벗이자, 한국경제의 현실을 이야기해주는 친절한 교사이다.
영화의 감수성과 경제학의 휴머니즘이 만나다
영화는 우리에게 또 다른 현실을 이야기해 준다. 어쩌면 실제의 현실보다 더 첨예하고 적나라하기까지 하다. 그곳에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있다.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도 있다. 저자의 풍부한 감수성은 우리의 시선을 특정한 장면에 고정시킨다. 휴머니즘이 어우러진 저자의 따뜻한 경제학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매트릭스〉의 가상과 현실, 〈대부〉의 마피아 패밀리,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체 게바라, 그 밖에도〈브라질〉,〈퍼펙트 스톰〉 등 20편의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스토리가 지금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압축적으로, 그러나 선명하게 드러낸다. 독자들은〈대부〉에서 재벌의 잘못된 행태를 볼 것이다. 〈존 큐〉와 〈모래와 안개의 집〉은 의료, 주거, 교육, 치안 등 국민의 4대 기본수요가 왜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배경이 된다. 또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에서는 ‘노동의 생산성’ 개념을 파악하게 될 것이다. 〈브라질〉에서는 관료주의의 폐해를 절절하게 경험할 것이며, 〈폴링다운〉에서는 우리 ‘사회적 자본’의 현주소를 파악하게 된다.
‘사람이 행복한 나라’를 위한 실천방안
저자의 지향은 ‘사람이 행복한 나라’이다. 이를 위해 그는 한국경제의 각 부문에 대해 냉철한 분석을 전개한다. 그 분석을 토대로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한 실천적 방안들을 제시한다. 낯설기도 하고 조금은 이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각각의 대안들은 충분하고도 강력한 근거를 갖고 있다.
‘재벌의 가족경영 공개 특별법’(‘재벌실명제’)은 재벌의 폐해를 일소하기 위한 과감하고도 혁신적인 방안이다.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퍼지는 낙수효과trickle down가 나타나지 않는 지금, 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서의 복지를 생각해야 한다. 다가올 경제위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보다 바람직한 리더십의 선택이다. 비효율적인 관료주의를 일신하기 위해서는 행정고시 폐지가 검토될 필요가 있다. 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생애노동시간의 연장이 필요하며 그 일환으로 모병제 도입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성장개혁, 재벌개혁, 노동개혁의 3대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모두가 현실의 문제에 대한 깊은 천착으로부터 비롯된 실천 방안들이다. ‘사람이 행복한 나라’는 바로 이러한 대안들이 실천되면서 모든 국민이 ‘상향평준화’되는 세상을 말한다.
어떤 경제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주요내용)
〈매트릭스〉는 이 세계가 허상일 수도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 영화는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은 과연 진실인가,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허상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지금의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역사나 국가권력을 바라보는 시각에 커다란 차이가 생겨났고 이렇게 다양한 시각이 동시대에 공존하고 있다. 50대 이상의 세대는 전형적인 농촌세대이다. 40~50대는 산업화·도시화와 함께 자란 세대이고, 20~30대는 정보화시대의 세대들이다. 성장해 온 배경이 다른 만큼 세대 간의 시각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그들은 저마다의 눈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보고 있다. 경제 관련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시각만이 진실이라고 믿으며, 더러는 어려운 전문용어로 포장하여 자신의 시각을 강요한다.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가 그랬듯이 우리도 ‘빨간 알약’을 먹고 한국경제의 오해와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
합법을 가장한 재벌의 절도와 사기
‘재벌The Chaebol’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한글로 된 경제 용어이다. 독점적 시장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동일업종 내의 기업결합을 의미하는 트러스트나 카르텔과는 다르다. ‘혈족경영’이기 때문이다. 서구 언론에서는 재벌을 ‘가족경영 복합기업family-run conglomerates’으로 표기한다.
이러한 폐쇄적 혈족경영은 조직 폭력배의 행태와 흡사하다. 영화 〈대부〉에서는 패밀리의 혈족만이 후계자가 되는데, 우리나라의 재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문제는 혈족 세습으로 그치지 않는다. 돈이 된다면 어떤 사업이든 뛰어든다. 빵집, 커피숍, 꽃가게, 식당, 학원, 아이스크림 전문점, 통닭, 분식, 세탁소 등 문어발 수준을 넘어선다. 문제는 이러한 업종들 대부분이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생계 수단이라는 사실이다. 막대한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을 가진 재벌들이 이러한 영역에 진출함으로써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이는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길거리 좌판이 장사가 잘 되자 그 옆에 같은 아이템으로 큰 가게를 내는 것과 동일하다. 더욱이 이들은 가족과 친인척에게만 일감을 몰아줘 회사가 정당하게 가져야 할 이익을 사적으로 편취한다. 불공정의 문제가 아니라 합법을 가장한 절도와 사기이다.
재벌개혁은 특수계급의 문제, ‘공개 특별법’을 제정해야
재벌 개혁과 관련하여 헌법 제119조의 ‘경제민주화’가 자주 거론되는데, 이는 ‘재벌’보다는 ‘대기업’의 폐해를 지적하는 조항이다. 재벌 개혁의 핵심은 오히려 헌법 제11조에 규정된 ‘사회적 특수계급’의 문제이다. 혈족 중심의 세습체계와 폐쇄적인 경영 방식을 가진 재벌은 이미 ‘사회적 특수계급’이다.
영화 〈대부〉에서의 비토 콜리오네와 같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으로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 그것은 가칭 ‘재벌의 가족경영 실태 공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즉 국내 시장을 파괴하는 재벌이 누구인지, 재벌이 가족과 친인척들이 어떤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는지 낱낱이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재벌실명제’이다.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않고 발가벗기는 것이 국내 시장을 파괴해 온 재벌을 조정하는 출발점이 된다. 투명이 곧 권력이다.
살아온 인생을 보고 대통령을 선택해야
뉴욕대학교 경제학과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최근 ‘퍼펙트 스톰’(대大경제위기)이 형성되고 있으며, 2013년에는 전 세계적 규모의 경제 위기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제 전망은 더욱 어둡다. 경제 성장률이 2% 또는 그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계부채가 경기 악화와 맞물리면 금융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 부동산 침체로 중산·서민층이 몰락하여 대출금 상환 능력을 상실하면서 금융부실을 초래할 수 있으며, 대규모 토목공사로 인한 국가부채의 증가 때문에 사회안전망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북한 변수’도 여전하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할까? 영화 〈퍼펙트 스톰〉에서는 주인공인 빌리 선장이 투덜거리는 선원들을 이끌고 위험한 바다로 나간다. 한 사람의 무모한 고집 때문에 결국 선원들은 목숨을 잃는다. 리더십을 선택해야 할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살아온 인생을 보고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궤적을 보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알 수 있다. 정의와 약자의 편에 서서 살아왔는지,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살아왔는지, 민주화의 역사에 기여하며 살아왔는지,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살아왔는지를 보아야 한다.
생애 노동 기간을 늘려야 삶이 윤택해져
영화〈에린 브로코비치〉는 한 여성과 작은 마을의 주민들이 거대 기업과 맞서 싸운 이야기이지만, 실제로는 세 아이를 둔 이혼 여성의 삶을 그린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이 낮다. 육아와 교육 때문에 직장 생활을 제대로 이어갈 수 없어서 경력직 여성들의 경우 노동의 단절이 일어난다. 출산율도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여성 고용률을 높이고 출산율을 높이려면 개인의 평생 노동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학교를 다니는 기간도 긴 편이고 게다가 군복무 기간도 있다. 더욱이 정년도 짧다. 평생 노동시간이 짧으면 윤택한 삶이 보장되지 않는다. 평생 노동시간을 늘리기 위해 군대를 직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모병제로 전환하면 군대는 매력적인 직장이 될 것이다. 병사들의 숙련도가 높아지면서 정예화 되어 인력도 감축할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기회비용의 절감이 이루어진다. 여성 인력에게도 군 문호를 확대하면 여성 고용률을 높일 수 있다.
의료, 주거, 교육, 안전의 4대수요는 국가가 충족시켜야
영화 〈존 큐〉는 위독한 아들의 심장이식 수술을 위해 병원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한 아버지의 사투를 그리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의료는 필수적인 생활 서비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의료 서비스에 대한 모든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가가 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 주어야 한다. 가족 구성원 가운데 한 명이 큰 병에 걸리면 온 가족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 빈부의 격차가 있어도 모든 구성원이 누리는 삶의 질이 대체로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 국민의 기본수요basic needs가 충족되기 때문이다. 기본수요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해소되어야 할 기본적인 욕구이다. 우리 사회의 4대 기본수요로는 의료, 주거, 교육, 안전을 꼽을 수 있다. 국가의 역할은 이 4대 기본수요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행정고시의 폐지와 정부 개방(open government)
영화 〈브라질〉은 관료체제의 폐해를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단순한 업무 하나도 수많은 절차와 단계를 거쳐야 하며 공무원들은 늘 불친절하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 쇼크》에서 “미래의 세계에서는 피라미드형 관료체제나 대의민주주의는 붕괴되고 참여민주주의만이 요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직 사회도 변화해야 한다. ‘관리자’에서 ‘전문서비스의 제공자’로 변화하지 않으면 고객인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기존의 행정고시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지금의 행정고시는 소수 인원을 행정자치부에서 선발하고 각 부처의 중견 간부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구시대적 업무 방식과 수직적 조직문화에 갇혀 버렸다. 무사안일한 공직자가 발붙이기 힘든 사회가 되어야 한다. 공직 사회 내부의 경쟁을 일으켜 공무원 개개인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경제만 개방(open economy)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도 개방(open government)해야 한다.
사회적 자본의 힘이 선진국의 힘
신뢰를 잃은 사회가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OECD 27개 회원국 중에서 사회적 갈등이 네 번째로 심한 나라로 보고되고 있다. 신뢰를 잃고 규율을 지키지 않는 사회는 늘 갈등에 휘말리게 된다. 2003년 IMF의 조사에 따르면, 경제사회 시스템의 성숙도가 높을수록 선진국이었으며, 후진국으로 갈수록 시스템의 성숙도는 낮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소득 수준에 비해 시스템 성숙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자본이란 노동, 자본, 기술 이외에 “협력을 촉진하는 무형의 자산 일체”를 말하며, 선진국의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거론된다.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할 때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전후의 과정에서 사회적 자본의 힘이 드러난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 시스템 전반의 질적 수준을 의미한다. 사회 시스템의 질이 높을수록 구성원들 간의 생산적인 상호관계가 촉진되며 자발적 혁신이 일어나 보다 높은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갈등관리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해야 한다.
본문 속으로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하여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들이 제기하고 있는 주장들은 옳고 그름과 진실 여부를 판단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불완전한 경제적 주장들에 대해 그 오해와 진실myth and truth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친숙한 영화 속의 장면들이 이야기를 풀어 가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영화는 곧 현실이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재벌이 촉수를 뻗친 사업 분야를 보자. 빵집, 커피숍, 꽃집, 파스타, 회전초밥, 꼬치구이 식당, 입시학원, 자동차 정비, 자동차 수입, 중고차 수입, 결혼식장, 꽃가게, 아이스크림 전문점, 통닭, 순대, 떡볶이 가게, 세탁소 등 상상을 초월한다. 가히 문어발 수준이다. 업종의 문제를 넘어서고 있다. 회사를 잘 다니던 직장인이 길을 가던 도중 어떤 할머니의 생계수단인 길거리 좌판이 장사가 잘되는 것을 보고는 그 옆에 그 아이템으로 큰 가게를 내는 것과 똑같은 행위이다. _ 1 마피아와 재벌의 가족경영
“재벌의 폐해와 관련된 조항이 있다면 바로 헌법 제11조 2항의 ‘특수계급 인정, 창설 금지’ 조항이다.
대한민국 재벌의 문제점은 부와 권력이 편법 또는 불법으로 피blood를 통해 세습된다는 데에 있다. 즉 ‘특수계급’의 문제인 것이다. 재벌개혁이란 부富는 물론 권력까지 승계하는 족벌과 패밀리, 또 그 패밀리를 중심으로 결집된 일부 족벌 언론과 족벌 정치세력의 ‘사회적 특수계급(헌법 제11조)화’를 막으려는 것이다.” _ 2 재벌개혁은 헌법 제119조가 아니라 제11조의 문제다
“소득의 양극화가 심각하다 해도 양극화 자체가 심각한 문제인 것은 아니다. 소득 양극화가 교육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교육 양극화가 계층이동upward social mobility의 기회를 축소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한마디로 빈곤의 대물림으로 인한 출발선의 격차가 더 큰 문제인 것이다.”
_ 4 평등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방식대로 판단한다. 그래서 우리는 잘 살펴보아야 한다. 정의와 약자의 편에서 살아온 사람인지, 원칙과 소신을 지키면서 살아온 사람인지, 민주화의 역사에 기여하면서 살아온 사람인지,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살아온 사람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모두가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 대통령은 서민 생활을 말이나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 현상을 보는 시각이 정확해야 한다. 역사인식도 객관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신뢰할 수 있다. 말로는 속일 수 있어도 지나온 길은 속일 수 없다.”
_ 9 위기의 시대,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정부가 OECD 34개국 가운데 1위라고 발표한 ‘우수 지표’ 1순위가 ‘연평균 노동 시간’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생 노동 기간(직장을 다니는 기간)도 1위일까? 짧은 기간만 노동 강도를 높임으로써 생활의 질을 황폐화시키면 안 된다. 평생에 걸쳐 일을 하는 노동 기간을 늘려 주어야 생애 소득이 높아지고 생활의 질이 높아진다.” _ 11 생애 노동 기간을 연장하라!
이제 관료 사회도 시대의 요구에 맞추어 변화하지 않으면 그 생존이 위협받는 시대를 맞고 있다. 공무원도 ‘관리자’에서 ‘전문서비스 제공자’로 변화하지 않으면 그 고객인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혁신이란 시대적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체질로 신속히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혁신이라 할 수 없다.”
_ 12 권력의 편견이 영혼 없는 공무원을 만든다.
“읍·면·동 조직에서 일개 부서 업무에 머물고 있는 복지 업무를 중심적인 업무로 개편해야 한다. IT산업의 발전 추세와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앞으로 일선 조직의 전통적인 행정 업무는 줄어드는 한편 복지 관련 업무는 계속 증가하게 될 것이다. 아니, 이미 넘쳐나고 있다. 기존의 읍·면·동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는 일반 행정직 공무원을 복지 담당 공무원으로 전환하고 사회복지사를 확충하여 복지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 _ 14 노인들이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사회
“이제는 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선진국 따라잡기catch-up식 성장방식은 이제 그 막을 내렸다. 성장만을 위한 방식에서 전환해야 한다. 대기업이나 수출 기업이 주도하는 성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경제 운용의 목표를 ‘빈곤 성장’에서 ‘복지 성장’으로 바꾸어야 한다. 비정규직 일자리만 양산하는 것은 결코 성장이 아니다.” _ 에필로그 〈뷰티풀 마인드〉와 3대 구조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