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호랑이 그림”만을 그려온 작가주의 정신이 낳은 역작
작년 2005년 11월 15일 영면한 고(故) 안수길 화백의 대표작이 출간되었다. 작품 《호이》는 작가가 4년여의 공을 들여 한 땀 한 땀 그려낸 호랑이 그림 459점으로 구성된,
작가의 유일한 장편 만화이다. 백성민(만화가) 작가는, “그는 호랑이의 수염 같은 바늘 끝으로 수염 하나하나, 터럭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엮어 나갔고 살과 뼈까지도 후벼 파내고 가죽을 입혀 놓았다. 그 한 땀 한 땀에 그의 손은 늘 피투성이의 사투였으리라.”고 회고하였다.
안수길 화백은 그의 짧은 생애와 예술혼을 안타까워하는 우리 독자들에게 커다란 선물을 남겼다. 2001년 일본 고단샤(講談社)에서 출간된 바 있는 이 작품 《호이-대자연의 계승자》를 바다출판사에서 그의 타계 1주기를 맞아 출간한 것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소장본 원고를 바탕으로 구성하였으며, 스토리 역시 일본어판이 아닌, 작가의 원안에 따른 것이다.
한국에서보다 일본과 세계에서 더욱 찬사를 받았던 안수길 화백. 1988년 데뷔하면서부터 18년간이나 그려온 “호랑이 그림”을 이제는 더 볼 수 없지만, 작가의 최장편 만화 《호이》의 출간으로 이제 한국의 만화계는 길이 남을 걸작을 갖게 되었다.
짧은 생애, 그리고 영원한 청년 “호이”
고 안수길 화백은 1963년 대구 인근의 산간 농촌 마을 칠곡(漆谷)에서 태어났다. 그는 생전에 “사냥을 좋아했던 아버지를 따라 야산자락을 이리저리 쫓아다녔던 기억이 나로 하여금 호랑이 만화를 그리게 했다”고 술회(述懷)한 적이 있다. 청년 시절을 기성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실력을 닦았고, 1988년에야 한 만화 잡지에 「수해(樹海)」를 선보이며 호랑이 만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수해」는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과 그 일대 만주까지 넓은 영토를 지배한 고려 칡범의 이야이기이다. 고려 칡범이 시베리아에서 온 잔인하고 흉악한 왕대범에게 당하면서 평화로운 백두산의 생태계에 크나큰 위협이 시작된다. 하지만 대자연은 순리를 어기는 자를 용서하지 않았고 왕대범이 사라진 백두산 수해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와 먹고 먹히는 생존의 싸움이 사슬처럼 이어진다는 메시지가 있는 만화이다.
고 안수길 화백은 1990년 제12회 요미우리(讀賣) 국제 카툰 콘테스트에 입선하면서 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그림을 본 <주간 모닝>(고단샤 발행)의 편집자들은 한국의 새내기 작가에게 “당장 연재를 시작하자.”고 매달렸다. 그리하여 1994년에 <주간 모닝>에 《호랑이 이야기(虎物語)》를 연재하였고, 1998년에는 일본과 대만, 그리고 한국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하였다. 이 작품으로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 ‘저작상’을 수상하게 된다. 《호랑이 이야기》는 호랑이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섬세한 화법을 통해 그린 해학과 유머의 옴니버스 단편집이다.
1998년 <주간 모닝>에 《호이》의 일부를 연재하였고, 2001년에 장편을 완성하여 고단샤에서 출간하였다. 이 작품은 4년여 간의 작업 끝에 완성한 것으로, 작가의 최초이자 최장편, 유일한 장편이다.
2004년에 작가는 국내 최초 호랑이 전문 도감인 《호랑이 그림 도감》(2004년)의 그림 수백 점을 그렸다. 이 책은 호랑이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역작이다. 호랑이가 어떻게 사냥을 하며, 하루에 얼마나 돌아다니는지, 또 어떻게 새끼를 낳아 길러 내는지 호랑이의 특징과 생태, 생활, 성장, 사냥과 먹이, 짝짓기 등을 생생하게 실었다. 근 15여년을 호랑이를 그리는 데에만 심혈을 쏟아 부은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겉모습을 잘 표현해 내기 위해서는 골격과 근육의 구조는 물론이고 줄무늬의 형태와 생태적 습성까지도 자세히 알고 있어야만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있다’고 강조하며 호랑이의 생태적 습성까지도 자세히 연구하다 보니 호랑이 연구자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2005년 안수길 화백은 42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지병인 당뇨와 간경화 증세가 있었고, 위정맥 수술을 받던 중 유명을 달리했다. 병상에서도 틈틈이 그려간 연습장 2권 분량의 습작품들이 마지막 그의 가는 길에 남아 있었다.
“이제 솜씨가 더욱 완숙해져서 세계를 향해 수길의 호랑이가 포효하려 할 때 바늘을 놓음이 슬프다.”(백성민 화백)
“깔깔거리며 웃고 장난치는 호랑이, 사람처럼 살가운 표정의 호랑이를 그리고 싶어요.”
안수길의 호랑이 만화는 한국 만화 가운데 보편성(普遍性)을 일탈한 몇 안 되는 작가주의 작품으로 꼽을 만하다. 일반적인 만화의 형식과 본질적 효용성을 거부하고, 오로지 작가의 주관적인 선택에 따라 새로운 형식의 만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만화 작가로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고 잘 안 팔리는 그림만 그렸다”는 꼬리표를 늘 달고 다녔다. 뒤집어 말하자면 “참으로 고집스럽게도, 18년 동안이나 한 우물을 판 당찬 그림쟁이”였다. ---손상익(만화평론가)
《호이--대자연의 계승자》는 안수길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보여준다. 그간 《호랑이 이야기》, 《백두산 호랑이 백호》 등이 출간되었지만, 모두 단편 분량의 작품들을 묶은 단편집이고 장편으로는 이 작품이 유일하다.
창작 기간만 무려 4년여가 걸렸다. 하루에 한두 컷을 작업할 때가 많았고, 까다로운 일본 출판사의 편집자들과 매번 수정을 하느라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1화(20페이지)를 완성하는 데에 3개월 정도가 걸린 셈이다.
《호이》는 대삼림을 파괴하고 온갖 짐승들을 살육하는 “백호”에 맞서 싸우고, 마침내 호왕(虎王)이 되어 대삼림의 지혜와 생존의 법칙을 깨닫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무 의미 없는 살육은 결국 생존의 사슬을 파괴하고 폐허와 죽음의 땅을 만들 뿐이라는 매서운 대자연의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한다.
‘호이’가 갓 걷기 시작하고 먹이 사냥을 나갈 수 있을 무렵, 자신을 낳은 어미 호랑이와 아비 호랑이(호왕)가 모두 백호에게서 당하고 만다. ‘호이’는 복수를 다짐하고 자신을 혹독한 동토에서의 수련의 장으로 내몬다. 먹지 못하면 먹히고야 마는 전쟁터에서 오로지 백호에 대한 복수의 일념만으로 생존의 끈을 아슬아슬하게 이어나간다. 결국 동토에서의 시련을 딛고,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이미 삼림의 생태 사슬은 백호에 의해서 파괴되고 말았다. 백호가 삼림의 온갖 짐승을 오직 살육하는 재미만으로 죽이게 된 것이다. ‘호이’는 백호에 맞서 결국 백호를 응징하고 부모 호랑이의 복수를 하게 되었다. ‘호이’는 자연에 동화하지 않고, 자연을 파괴하는 자는 결국 자연으로부터 응징을 받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호이’는 대자연의 지배자가 아닌, 대자연을 계승하는 자가 되기 위해 삼림의 품으로 들어간다.
저자소개
지은이 : 안수길
그린이 : 안수길
책정보 및 내용요약
작년 2005년 11월 15일 영면한 고(故) 안수길 화백의 대표작이 출간되었다. 작품
편집자 추천글
작년 2005년 11월 15일 영면한 고(故) 안수길 화백의 대표작이 출간되었다. 작품 《호이》는 작가가 4년여의 공을 들여 한 땀 한 땀 그려낸 호랑이 그림 459점으로 구성된, 작가의 유일한 장편 만화이다. 백성민(만화가) 작가는, “그는 호랑이의 수염 같은 바늘 끝으로 수염 하나하나, 터럭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엮어 나갔고 살과 뼈까지도 후벼 파내고 가죽을 입혀 놓았다. 그 한 땀 한 땀에 그의 손은 늘 피투성이의 사투였으리라.”고 회고하였다.
안수길 화백은 그의 짧은 생애와 예술혼을 안타까워하는 우리 독자들에게 커다란 선물을 남겼다. 2001년 일본 고단샤(講談社)에서 출간된 바 있는 이 작품 《호이-대자연의 계승자》를 바다출판사에서 그의 타계 1주기를 맞아 출간한 것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소장본 원고를 바탕으로 구성하였으며, 스토리 역시 일본어판이 아닌, 작가의 원안에 따른 것이다.
한국에서보다 일본과 세계에서 더욱 찬사를 받았던 안수길 화백. 1988년 데뷔하면서부터 18년간이나 그려온 “호랑이 그림”을 이제는 더 볼 수 없지만, 작가의 최장편 만화 《호이》의 출간으로 이제 한국의 만화계는 길이 남을 걸작을 갖게 되었다.
짧은 생애, 그리고 영원한 청년 “호이”
고 안수길 화백은 1963년 대구 인근의 산간 농촌 마을 칠곡(漆谷)에서 태어났다. 그는 생전에 “사냥을 좋아했던 아버지를 따라 야산자락을 이리저리 쫓아다녔던 기억이 나로 하여금 호랑이 만화를 그리게 했다”고 술회(述懷)한 적이 있다. 청년 시절을 기성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실력을 닦았고, 1988년에야 한 만화 잡지에 「수해(樹海)」를 선보이며 호랑이 만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수해」는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과 그 일대 만주까지 넓은 영토를 지배한 고려 칡범의 이야이기이다. 고려 칡범이 시베리아에서 온 잔인하고 흉악한 왕대범에게 당하면서 평화로운 백두산의 생태계에 크나큰 위협이 시작된다. 하지만 대자연은 순리를 어기는 자를 용서하지 않았고 왕대범이 사라진 백두산 수해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와 먹고 먹히는 생존의 싸움이 사슬처럼 이어진다는 메시지가 있는 만화이다.
고 안수길 화백은 1990년 제12회 요미우리(讀賣) 국제 카툰 콘테스트에 입선하면서 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그림을 본 <주간 모닝>(고단샤 발행)의 편집자들은 한국의 새내기 작가에게 “당장 연재를 시작하자.”고 매달렸다. 그리하여 1994년에 <주간 모닝>에 《호랑이 이야기(虎物語)》를 연재하였고, 1998년에는 일본과 대만, 그리고 한국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하였다. 이 작품으로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 ‘저작상’을 수상하게 된다. 《호랑이 이야기》는 호랑이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섬세한 화법을 통해 그린 해학과 유머의 옴니버스 단편집이다.
1998년 <주간 모닝>에 《호이》의 일부를 연재하였고, 2001년에 장편을 완성하여 고단샤에서 출간하였다. 이 작품은 4년여 간의 작업 끝에 완성한 것으로, 작가의 최초이자 최장편, 유일한 장편이다.
2004년에 작가는 국내 최초 호랑이 전문 도감인 《호랑이 그림 도감》(2004년)의 그림 수백 점을 그렸다. 이 책은 호랑이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역작이다. 호랑이가 어떻게 사냥을 하며, 하루에 얼마나 돌아다니는지, 또 어떻게 새끼를 낳아 길러 내는지 호랑이의 특징과 생태, 생활, 성장, 사냥과 먹이, 짝짓기 등을 생생하게 실었다. 근 15여년을 호랑이를 그리는 데에만 심혈을 쏟아 부은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겉모습을 잘 표현해 내기 위해서는 골격과 근육의 구조는 물론이고 줄무늬의 형태와 생태적 습성까지도 자세히 알고 있어야만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있다’고 강조하며 호랑이의 생태적 습성까지도 자세히 연구하다 보니 호랑이 연구자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2005년 안수길 화백은 42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지병인 당뇨와 간경화 증세가 있었고, 위정맥 수술을 받던 중 유명을 달리했다. 병상에서도 틈틈이 그려간 연습장 2권 분량의 습작품들이 마지막 그의 가는 길에 남아 있었다.
“이제 솜씨가 더욱 완숙해져서 세계를 향해 수길의 호랑이가 포효하려 할 때 바늘을 놓음이 슬프다.”(백성민 화백)
“깔깔거리며 웃고 장난치는 호랑이, 사람처럼 살가운 표정의 호랑이를 그리고 싶어요.”
안수길의 호랑이 만화는 한국 만화 가운데 보편성(普遍性)을 일탈한 몇 안 되는 작가주의 작품으로 꼽을 만하다. 일반적인 만화의 형식과 본질적 효용성을 거부하고, 오로지 작가의 주관적인 선택에 따라 새로운 형식의 만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만화 작가로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고 잘 안 팔리는 그림만 그렸다”는 꼬리표를 늘 달고 다녔다. 뒤집어 말하자면 “참으로 고집스럽게도, 18년 동안이나 한 우물을 판 당찬 그림쟁이”였다. ---손상익(만화평론가)
《호이--대자연의 계승자》는 안수길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보여준다. 그간 《호랑이 이야기》, 《백두산 호랑이 백호》 등이 출간되었지만, 모두 단편 분량의 작품들을 묶은 단편집이고 장편으로는 이 작품이 유일하다.
창작 기간만 무려 4년여가 걸렸다. 하루에 한두 컷을 작업할 때가 많았고, 까다로운 일본 출판사의 편집자들과 매번 수정을 하느라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1화(20페이지)를 완성하는 데에 3개월 정도가 걸린 셈이다.
《호이》는 대삼림을 파괴하고 온갖 짐승들을 살육하는 “백호”에 맞서 싸우고, 마침내 호왕(虎王)이 되어 대삼림의 지혜와 생존의 법칙을 깨닫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무 의미 없는 살육은 결국 생존의 사슬을 파괴하고 폐허와 죽음의 땅을 만들 뿐이라는 매서운 대자연의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한다.
‘호이’가 갓 걷기 시작하고 먹이 사냥을 나갈 수 있을 무렵, 자신을 낳은 어미 호랑이와 아비 호랑이(호왕)가 모두 백호에게서 당하고 만다. ‘호이’는 복수를 다짐하고 자신을 혹독한 동토에서의 수련의 장으로 내몬다. 먹지 못하면 먹히고야 마는 전쟁터에서 오로지 백호에 대한 복수의 일념만으로 생존의 끈을 아슬아슬하게 이어나간다. 결국 동토에서의 시련을 딛고,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이미 삼림의 생태 사슬은 백호에 의해서 파괴되고 말았다. 백호가 삼림의 온갖 짐승을 오직 살육하는 재미만으로 죽이게 된 것이다. ‘호이’는 백호에 맞서 결국 백호를 응징하고 부모 호랑이의 복수를 하게 되었다. ‘호이’는 자연에 동화하지 않고, 자연을 파괴하는 자는 결국 자연으로부터 응징을 받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호이’는 대자연의 지배자가 아닌, 대자연을 계승하는 자가 되기 위해 삼림의 품으로 들어간다.